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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村漫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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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일기- 세월은 잘 간다,아이아이아이 하는 일 없이 바쁘다고 말하지만 흔히 하는 소리다. 밭일에 이런 일. 논두렁 미꾸라지잡이 저런 일까지. 눈 앞에 전개되는 앞뜰을 내려다보노라면 미꾸라지 통발이 궁금해서 좀이 쑤신다. 김장무 새싹도 솎음질을 제때 해주어야 한다. 세월가는 소리가 들린다. 벌써 9월의 절반이다.
귀촌일기- 귀촌의 새벽 간밤에 잊고 열어둔 창틈으로 들어오는 공기가 차가워 잠결에 한참을 뒤척이다가 덜 깬 잠을 겨우 수습하여 닫았더니 그 길로 확실하게 잠을 깨고 말았다. 백로가 지나니 이슬방울이 굵어지고 한편으로 영롱해졌다. 가을이 깊어간다는 걸 똘똘해지는 풀벌레 소리에서 안다. 새벽 산봇길...
귀촌일기- 효자가 따로 있나? 여름채소들 끝물 채소다. 가지는 가지나물이 될테고 청량고추 몇 개는 된장찌개 맛에 기여를 할 게다. 올해 여름내내 돌아가며 또는 짝이 되어 밥상에 올랐던 면면들이다. 많이 먹었다. '효자가 따로 있나?' 밥상 앞에서 늘 이렇게 한마디 하며 숟갈을 들곤 했었다. 시골밥상의 효자들. 서리가 내리기..
귀촌일기- 백화산성에 올라 백화산성은 백화산 꼭대기에 있다. 무너지다 남은 백화산성은 온통 칡덩쿨로 덮혔다. 만수산 드렁칡이 이랬을 가. 인걸도 간 데 없고 산천도 의구하지 않다. 그동안 수십 차례 백화산을 올랐다. 어떨 땐 거의 매일같이 산허리를 지나다니면서 매번 무심코 지나치기가 어쩐지 면구스러워 ..
귀촌일기- 귀촌 마당에 들리는 가을이 오는 소리 말인 즉, 가을맞이지 월동 준비다. 농촌의 일손은 어쨌거나 두어 달 앞서간다. 햇살이 따갑다. 봄볕엔 며느리, 가을볕에는 딸이라는 말도 옛말이다. 우리 농촌에는 밭에 나갈 며느리도 딸도 없다. 오늘 일곱 물 고추를 땄다. 고추를 따는 회수가 는다고 고추농사가 잘 되었다는 건 아니다. ..
귀촌일기- 선유도에서 부르는 '여옥의 노래' 내가 아직 세상 물정을 제대로 알리 없었던 열살 쯤 무렵인 가, 우리집에 푸르스름한 색깔의 일제 산요 라디오가 있었는데 어려운 경로를 통해 상당히 비싸게 주고 구입한 것임을 어린 눈으로도 그렇게 느꼈다. 어른들은 무슨 일을 하든 라디오를 애지중지 옆구리에 끼고 들었다. 오로지 ..
귀촌일기- 누가 이 꽃 이름을 모르시나요? 누가 이 꽃 이름을 모르시나요? 지난해 어느 날 어느 분이 씨앗 두 봉지를 주고 가실 때 어딘 가에 단단히 메모해 두었거나 아니면 기억하기에 너무 쉬운 내용이라 기억만으로 충분하다고 지나쳤을 법 한데 그 메모지를 도저히 찾을 수 없고 기억의 상자는 도무지 열리지 않은 채, 지난 봄..
귀촌일기- 낭만에 대하여 갑자기 만들어진 임시공휴일 하나가 덧붙어 고속도로가 미어 터진다느니 어쩌니 해도 가로림만 남단의 나와는 별로 상관이 없는 일. 귀촌에 연휴란 없다. 일은 있다. 어제에 이어 개나리 울타리를 정비했다. 시눗대를 잘라냈다. 십 여년 전이다. 여기에 땅을 사서 터를 닦아 집을 지을 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