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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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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순...꽃보다 아름다워 마당에 소나무. 돋아나는 어린 싹이 힘차다. 소리 소문 없이 자연은 생동하기 시작했다. 봄이 온다.
해바라기 모종을 심으며... 생전 처음으로 토시를 착용했다. 몇 년 전 보건소에서 나눠주는 걸 던져두었는데 오늘따라 눈에 띄었던 것. 쯔쯔가무시는 가을에 유행한다. 들쥐들이 옮기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 10여 년 전 고열로 입원을 하는 등, 보름 여 고생한 적이 있다. 이제사 철이 들었나? 유비무환. 해바라기 모종을 심는 걸로 올해 봄농사의 전반전, 모종 심는 일은 완료되었다. 순서를 기다리느라 해바라기 모종이 고생했다. 키만 멀대같이 자라 흐느적거리며 기운이 없어 보이는데 제대로 노지에서 땅 힘을 받으면 펄펄 날듯이 곧장 자랄 것이다. 해마다 그랬다.
새싹, 새싹들 모내기를 앞둔 씨나락 육묘상자 모판에는 볏모가 자란다. 앞산 솔 밭에는 어린 송순이... 우리집 하우스 안에는 모종들이 다투어 자라고 있다. 옥수수, 해바라기, 야콘, 토란...
그래도 봄은 온다 어젠 갯골이 드러났는데 오늘은 바닷물이 들어찼다. 쌍섬 너머로 이화산에 겨우 보인다. 동쪽으로 팔봉산, 팔봉 능선을 구름이 덮었다... 올 봄은 새아씨 버선발 걸음 마냥 나긋나긋 하지 않다. 한여름 장마 태풍 때도 이러지 않았다. 창대 비 강풍에 간밤은 내내 요란하였다. 대문간 홍매나 뒤안 장독대 옆 옥매를 보면 어지간히 봄이 오긴 왔다. 봄의 전령사를 자처하던 처마밑 납매는 어느덧 빛이 바랬다.
쑥이다! 봄내음이 나네요
앗! 수선화 올려만 보다가 어쩌다 내려다 봐서 그런 가. 해마다 마당에 돋아나는 수선화 파란 새싹을 처음 볼때마다 화들짝 놀란다. 이렇게 벌써 봄이...하며.
春來不似春 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 自然依帶緩 非是爲腰身 미인 왕소군을 소재로 중국 당나라 시인 동방규가 쓴 시. 오늘도 눈발이 날렸다. 봄 같지 않은 봄.
입춘방...입춘대길 오죽에도 납매 가지에도 밤새 하얗게 눈이 내렸다. 立春 瑞雪. 책력을 보니 올해 입춘시는 오전 5시 51분. 입춘방을 써서 붙였다. 입춘첩을 여러 장 쓴 건 해마다 입춘첩을 기다리는 이웃이 있다. 입춘 날 소소한 즐거움의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