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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의 팡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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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길을 걸으며 켜켜이 쌓인 낙엽을 밟으며 앞산 오솔길을 걷는다. 이렇게 폭신폭신할 수가. 자연의 시간표대로 태초 어느 날부터 지난해 가을까지 내려앉은 흔적이다. 최고급 양탄자 보료가 되었다.
결혼 50년 누구나 그날이 엊그제 같다고들 하더라. 지나고 보니 나도 그렇다. 50년 세월... ... 마당에 대봉 감나무 한 그루.
(엽서 한 장) 노조 위원장 안부를 묻다 꿈속에서도 못잊어 못잊어서 그렇게 기다린 인사가 엽서 한 장인가요 우표를 붙여서 우체통에다 봉함 편지를 보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요즘 세상에 엽서가 있긴 있나? 누구 노랫말처럼, 사랑하다 이별도 엽서 한 장으로... ... 그런 시절이 있었다. 엽서. 한 닢 나뭇잎에 새긴 글. 가볍지만, 담긴 사연은 한없이 무거웠다. 세모... 올해도 목소리가 우렁찼다. 이맘 때면 잊지 않고 전화로 안부를 나눈다. 유태승 위원장이다. 40년 전이다. 내가 총무부장으로 승진해 첫 노사협의회를 할 때 노조 위원장이었다. 나이가 4, 5년 위로 공장 현장에서 강성 노동 운동 경력에다 우람한 체구, 어디로 보나 회사 측 노사관리 실무자인 나로선 사사건건 버거운 상대였다. .... .... .... 이후 몇 년동안 벌어진 상..
우체부 향기 품은 군사우편 행주치마 씻은 손에 받은 님 소식은 능선의 향기 품고 그대의 향기 품어 군사우편 적혀 있는 전선 편지에 전해주는 배달부가 싸립문도 못가서 북받치는 기쁨에 나는 울었소 '갑작스런 변화는 영혼을 잃는 것과 같다' 는 누군가의 말에 공감한다. 일제 잔재 청산? 언제부터 '우체부'가 '집배원'이 되었는지, '국민학교'가 하루아침에 '초등학교'가 된 것처럼 왠지 생소하면서 어딘가 어색하다. 군사우편 도장 찍힌 전선편지의 애절함이 어떠했으면 향기 품었다 했을꼬. 어릴 적 귀에 익은 이 노래로 말미암아 우편배달부 우체부가 지금껏 친근하다. 우리 마을 우체부는 오늘도 바짓가랑이 요롱소리 나도록 바쁘다. 우체부는 흔적을 남긴다. 인터넷으로 구매한 자질구레한 생활용품 택배가 현관문에 놓여있다. 이런 저..
따다 만 감나무 대봉감. 힘에 부쳐서 먹을 만큼만 땄다. 감나무에 달린 홍시 임자는 지금부터 따로 있다. 우리는 이를 자연의 순리라고 한다.
가랑잎 학교 사람마다 느끼는 감각은 다른 법. 가랑잎 하면 낙엽과는 또 다르다. 수직낙하로 채곡 채곡이 낙엽이라면 데굴데굴 구르는 동적인 이미지가 가랑잎이다. 내 고향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경남 산청군 삼장면 지리산 중턱 오지에 가 있었다. 삼장국민학교 유평 분교를 그렇게 불렀다. 교대를 졸업한 친구가 가랑잎 분교에 교생실습을 나갔던 이야기에 귀 기울였던 기억이 새롭다. 가랑잎 분교... 바람에 날리는 가랑잎을 볼 때마다 생각난다. 우리는 왜 서정 넘치고 운치가 있는 이런 이름들을 너나 없이 아무렇게나 버릴까. 갈수록 메말라가는 세태의 반영이라고 하기엔 한 닢 가랑잎보다 우리네 정서가 너무 말랐다.
결초보은 삼단 같은 풀. 당겨보면 질기는 또. 들길을 걷다가 이 풀을 볼 때마다 結草報恩이 생각난다... 돌아다보면 은혜는 커녕 감사의 한 마디 드리지도 못한 채 떠나가신 분들이 한 두 분인가.
가끔 다른 길을 가다보면... 걷기 운동으로 앞뜰을 오갈 때 앞산 솔밭길을 지나간다. 바람 불고 추운 날은 솔밭길 안에서 걷는다. 발에 익은 코스인 자주 다니는 길 만 저절로 왔다 갔다 하게 된다. 그다지 크지 않은 솔밭길에도 여러 갈래 길이 있다. 오랜 만에 부러 오늘은 다른 길을 걸었다. 호수같은 포강이 있다. 솔밭에 이런 곳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