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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村漫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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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겨울, 홍시의 추억 동지섣달 그 시절 시골의 겨울밤은 유난히도 길었다. 심지를 돋워가던 석유 남포등불이 이슥할 즈음 할머니가 온돌 아랫목에서 슬며시 일어나 바깥으로 나가시면 온식구들의 눈이 반짝반짝 귀가 쫑긋하며 기다리는 그 무엇이 있었다. 밤참 주전부리... 소금 장독에서 꺼내 오신 홍시. 홍시는 '겨울 밤에 제맛'이라 주장하는 사람이 오늘날 여기 있다.
코다리의 아우성 오징어 한 축은 20 마리. 코다리 한 코는 네 마리. 6천 원. 한 마리에 1.500원. 세상 오만 물가가 다 올랐는데 코다리는 몇 년째 그대로다. 코다리가 아우성이다. 평가절하 아니냐고?... - - - - - 계절의 맛, 코다리 찜. 아는 사람은 안다.
코로나19와 머리 염색 지긋지긋한 3년이었다. 모든 모임이 중단됐다. 정치방역에 갇혀 더욱 그랬다. 과도한 규제가 자연 발생적공동체 활동을 위축시키고 상식적인 사회 질서를 왜곡시켰다. 새 정권이 들어서고 서서히 일상으로 돌아간다. 출입이 통제 금지되었던 태안 노인 복지관이 문을 열었다. 프로그램도 하나 둘 복구되어 비로소 노인들의 숨통을 틔워준다. 노인은 하던 관행을 중단하면 근력이 퇴화되어 회복력이 약하다. 복지관의 운동 프로그램 올 스톱은 늙은이들을 더 늙게 만들었다. 신청자가 몰려 추첨으로 조절했던 요가, 차밍 댄스 등 운동 프로그램들이 이젠, 정원은 고사하고 존폐를 걱정하게 되었다. 집사람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다. 며칠 전 서천 국립생태원 문화 탐방도 다녀왔다. 보는 사람도 없는데 하며... 집사람은 코로나 3년동안..
변덕스런 가을 날씨... 귀촌 농부의 하루 가을 날씨가 왜 이러냐? 하루 걸러 흐렸다 갰다를 되풀이 한다. 변덕이 심하기론 봄 날씨랬는데... 기온마저 뚝 떨어졌다. 어젠 비가 내렸다. 콩 타작에 고구마 캐고 누렇게 익은 벼 추수가 줄줄이 그대로 남았는데 ... 생트집을 잡듯 지금 내리는 비는 아무짝에도 쓰잘데 없다. 동쪽 하늘에 구름이 꺼림칙하긴 해도 구름 사이로 빗겨 나는 햇살을 받으며 밭에 나갔다. 건들바람이 선뜻 지나가더니 서쪽에서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배추밭에 잡초 뽑기를 멈추고, 집사람이 부탁한 몇 가지 채소를 주섬주섬 서둘러 챙겼다. 빗방울. 곧장 장대비다. 바닷가가 아니랄까봐 뻘게 한 마리가 실내로 들어와 어슬렁거린다. 하수상한 날씨에 놀랬나? 억조 창생에 부지기수... 이것도 인연이렸다.
햇배, 첫 수확... 단감 그리고 모과는... 배를 땄다. 올해 햇배다. 노랗게 잘 익었다. 배나무 몇 그루 중 대문간 초입에 배나무가 가장 많이 열었다. 18년 전, 귀촌 초기에 우리집에 올때부터 고목이었는데 올해따라 가장 많이 열어주었다. 우리집 단감나무는 해거리가 심하다. 작년에는 전혀 열리지 않았는데 올해는 가지가 휘늘어질 정도다. 늦은 봄날 감 꽃이 필 때부터 쳐다보며 가을이 심심찮게 그저 열어주는 대로 감사할 뿐. 주워 담은 모과가 한 바구니다. 모과나무에서 제멋에 겨워 저절로 떨어진다. 사다리를 놓고서 높은 가지를 쳐다보며 몸을 뒤틀어가며 애써 따지 않아도 모과는 자연낙하의 순리를 잘 따른다.
자연의 힘 돌풍에 번개를 동반했다. 사흘동안 내린 비의 강수량은 140 미리였다. 채마밭에 채소에게는 보약이었다. 며칠 새 훌쩍 자랐다. 물 백 번 주는 것보다 흠뻑 비 한 번 내리는 게 낫다. 배추벌레도 나타났다. 비바람을 뚫고 나비가 어떻게 날아왔을까... 불가사의한 자연의 힘이다. 강풍에 대봉감과 대추가 속절없이 떨어졌다. 이 또한 자연 현상이다.
잡초를 태우면 거름이 된다 자투리 밭뙈기다. 자주 양파를 심을 요량이다. 트랙터로 로타리를 치기 전에 사전 정리작업을 해 두어야 한다. 여름 내내 기세등등 온통 잡초로 뒤덮였던 동밭을 예취기로 깎고 이틀동안 가을 햇살에 말렸더니 까칠해 졌다. 갈고리로 긁어 모아 태웠다.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잘 탄다. 하얀 연기에서 구수한 냄새가 함께 피어난다. 이 또한 우리 농촌의 서정 어린 냄새다. 가을은 뭔가를 생각하는 계절... ' 낙엽을 태우며 '의 이효석이 생각난다.
능소화와 백일홍 그리고...구름꽃 산 노을에 두둥실 홀로 가는 저 구름아 너는 알리라 내 마음을 부평초 같은 마음을 한 송이 구름꽃을 피우기 위해 떠도는 유랑별처럼 내마음 별과같이 저하늘 별이 되어 영원히 빛나리 오래 핀다 해서 백일홍, 배롱나무꽃이 활짝 피었다. 능소화가 연달아 피기 시작했다. 무슨 사연으로 능소화는 피자마자 뚝뚝 떨어진다. 낙화도 꽃. '내마음 별과 같이'에서 한 송이 구름꽃은 어떤 꽃일까? 뭉게구름일까 새털구름일까? 채운 무지개 구름, 조개구름일까? 아니면 그저 뜬 구름... ... 앞산 능선 너머 저 멀리 백화산에 꺼먹구름이 몰려온다. 올해 장마는 참 질기다. 시작은 있어도 끝이 없다는 게 장마라는 옛말, 허사가 아니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