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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村漫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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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세... 운전면허증 갱신하는 날 "만 75세 진입자는 치매 고위험군이므로 반드시 치매조기검진을 받아야 하며 운전자 면허 갱신 때 인지검사를 받아 해당기관에 결과를 제출해야 합니다." 하는 문구가 있는 를 받고, '혹시나 또...' 하며 혼자서 놀래 운전 면허증을 급히 꺼내 보았더니 갱신기간이 두어 달 앞으로 임박해 있었다. 자칫 놓칠 뻔 했다. 30년 전, 1993년이다. 경기도 북쪽 어느 지역에 갔다가 검문소 불시 검문에서 무면허 운전 혐의로 인근 경찰서로 연행된 적이 있다. 나도 모르게 면허증 갱신 시기를 놓쳐 아닌 밤중에 홍두깨로 무면허 운전 현행범이 되어버렸던 트라우마가 있다. 면허증을 재발급 받기 위해 고전했던 일들... ... 그런 때가 있었다.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이야기다. 읍내 나가는 길목에 있는 파출소에 가서 운전면..
세월의 흔적... 하지를 지나며 길어지던 낮이 바뀌어 이제부터 밤이 길어진다. 봄에 활짝 열렸던 계절의 문이 가을 겨울을 향해 서서히 닫히면서 허전해 진다. 이렇게 또다시 한 해가 지나간다. 언제부턴가 하지가 되면 왠지 씁쓸해 진다. 2020년 8월에 700.000이 어느새 800.000을 지나 오늘 900.000이 되었다. 춘하추동이 두 번 바뀐 2년 만이다. 세월의 흔적이다. 마침 오늘이 하지다.
늙은 배나무 배봉지 작업...완료 지난해 쓰고 남은 배 봉지 50여 장으론 턱없이 모자라 300장을 인터넷으로 급히 주문했었다. 어린 배를 솎아내면서 한편으로 봉지를 씌우는 작업을 오늘로 완료했다. 사다리 고소 작업이라 다리가 후들거리며 힘들었다. 대충 헤아려보니 150 개 씌운 셈이다. 이 숫자대로 여름 내내 배가 자라준다면 올 가을 배 농사는 대 풍년 예감이다. 바야흐로 하지. 삼복이 코 앞이다. 모든 농사가 그렇듯 수확의 기대감에 힘든 작업을 하는 것. 우리집 배나무는 모두 일 곱 그루. 늙었다. 고목에 가까운 노병이다. 귀촌 초기에 인근 어느 과수원에서 파내 버린다기에 되레 고목이라는 데 애착이 가서 애써 캐다가 심었던 것이다. 이 녀석들이 정성을 알아주는듯 봄이면 하얗게 배꽃을 피워내고 가을이면 노랗게 잘 익은 배를 심심찮게 만..
밤꽃, 대추꽃 피고...강낭콩도 논개 변영로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맞추었네! 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 길이길이 푸르리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밭에 강낭콩 꽃이 이제 피기 시작했다. 과연 강낭콩 꽃이 파랗냐 빨갛냐... 말씨름은 언제나 단골 소재였다. 시인이, 강낭콩 꽃이 푸르다고 했으면 푸른 것이다. 강낭콩 꽃이 필 때면 부질없는 논쟁에 열을 올리곤 했던 그 시절이 생각난다. 축대 ..
웬 일로 석류꽃이... 이게 얼마만인가? 대문 간에 있는 배나무 적과 작업을 하다가 바로 옆에 있는 석류나무에서 빨간 석류 봉오리가 얼핏 눈에 띈 것이다. 올핸 석류를 만나려나 보다. 우리 마당에는 석류나무가 네 그루 있다. 귀촌 초기에 나무 시장에서 제법 값을 쳐주고 사다 심은 고목이 있는가 하면 중간에 얻어 다 심은 신참도 있다. 그동안 나잇값, 덩치 값을 못했다. 어쩌다 한두 해 심심풀이 하듯 석류 몇개가 열린 적도 있으나 석류가 벌어져 이빨을 드러낼 정도완 거리가 멀어 신통치 않았다. 완전 기대를 접었는데 올핸 웬일로... 석류나무 넷 중에 세 그루에서 봉오리가 맺은 것이다. 앞으로 가지마다 작은 봉오리들이 연이어 돋아날 채비를 하고 있다.
기우제? 고라니 발자국 그동안 몇 번 공수표를 냈다. 비가 온다 하며 요란하게 일기 예보가 떴는데 잠시 뒤에 보면 어느새 슬그머니 사라졌다. 오늘도 내내 흐릿하던 하늘에서 정오 무렵 빗방울이 또닥거렸다. 비라도 맞으면 비님이 갑읍해서 주룩주룩 내릴까 해서 기우제 지내는 기분으로 알뜰 걷기를 나섰다. 바닥을 드러내는 저수지에 백로가 논다. 모내기 끝 낸 논이 갈라졌다. 고라니가 지나다닌다. 저수지에서 끌어다 쓴 용수를 다시 모아 저수지에 쏟아 넣는다. 재활용이다. 경운기 엔진이 밤낮으로 숨가쁘게 돌아간다. 여기 저기 펌프 소리가 요란하다. 논 주인 몽리민이 설치한 호스가 어지럽다. 물꼬 단속에 저수지 주변은 온통 비상이다. 몇 방울 뿌리던 비가 그쳤다. 기우제를 지낸다고 비가 내릴까? 유비무환.
개복숭아...농촌의 고령화 앞뜰을 걷다 보면 돌아가는 곳곳 언덕바지에 개복숭아 들복숭아가 여기저기 눈에 띈다. 절로 나서 자란 개복숭아 나무가 봄날 꽃이 피더니 어느새 튼실하게 열매를 맺었다. 10년 전쯤 인가, 약효가 있다는 소문에 한동안 개복숭아 광풍이 불었다. 아직 자라기도 전에 다투어 따가는 바람에 일찌감치 씨가 말랐었다. 한 때 유행이란 이렇듯 무섭다. 그러나 요즘 들어 따는 사람이 없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개복숭아를 딸 만한 사람들이 이젠 모두 늙어 할머니가 되어버렸다. 농촌의 고령화가 개복숭아 나무에게 다가왔다.
아카시아, 찔레...사랑은 기차를 타고 쌍섬이 보이는 제방길을 돌아오는 앞뜰을 걸으며 오늘따라 50여 년 전, 학창시절 빌리본 악단이 연주한 '오렌지향기 날리는 특급열차' 라는 컨추리풍 경음악이 갑자기 생각났다. 오렌지향이 어떤지 모르지만 경쾌했다. 그 즈음에 케리부룩의 '사랑은 기차를 타고' 도 좋아했다. 오늘 쌍섬이 보이는 제방을 돌아오는 앞뜰을 걸었다. 여기 모랭이를 돌면 찔레, 저쪽 오르막 언덕길엔 온통 아카시아다. 번갈아 찔레꽃과 아카시아꽃 향기가 몰려온다. 올해따라 두 꽃이 동시에 피었다. 들녁은 모내기가 한창이다. 도내저수지 뚝길에도 아카시아가 만발했다. 시골의 서정... 정짓간에 부젓깽이도 나와 돕는다는 농번기. 입하 소만 절기에 다들 몸은 바빠도 농심은 즐겁다. 덩달아 경쾌한 노랫가락이 절로 떠오르는 계절... 달리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