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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村漫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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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의 겨울, 그리고... 오랜만에 집사람을 따라 나선 재래시장은 썰렁했다. 조석시장이라 불리는 서부시장 들머리의 모종 시장, 일년내내 북적대던 모종 아지매 가게도 돌아오는 새봄을 기약하며 야무지게 철시했다. 어물전으로 가보았다. 물텀벙이와 병어가 물이 좋다. 생선도 생선이지만 모자반, 톳, 파래가 좌판에 나왔다. 초겨울 이맘 때 계절 음식으로 두부 톳 나물, 파래 초무침이 제격이라 눈길이 먼저 간다. 재래시장에 오면 으레 찾았던 500원 짜리 꿀 호떡집... 이젠 이런저런 이유로 그냥 지나칠 수 밖에 없는 지난날 한 때의 추억. 이래저래 겨울은 춥다. 그나마 저만치 순대집 하얀 김이 따사롭다.
홍시 꺼내 먹기, 곶감 빼 먹기 까치밥으로 남겨주었던... 남겨주었다기 보다 실은 따기가 힘들어 포기했던... 열댓 개 홍시도 감나무 가지만 앙상한 채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렇게 한해가 지나간다. 5십여 년 전이다. 학창시절 곤양 다솔사의 북암인 봉일암에서 한 겨울을 보낸 적이 있다. 주지 스님이 신중단에 감춰둔 곶감을 찾아내 절간 친구들과 하나 둘 빼먹었던 그 곶감 맛을 잊을 수 없다. 하루에 한 두 개씩 꺼내 먹는 홍시. 계절의 낙이다. 그동안 이따금 따서 저장해둔 대봉 홍시를 오늘 총 점검했다. 익은 건 익은 것 대로 다시 분류했다. 대봉 홍시를 보며 눈이 내린 산사에서 곶감의 추억을 되살린다.
무청 시래기...월동 준비 끝! 농부의 일상에 끝이란 없다. 되풀이 되고 끊임없이 할 일이 생겨난다. 어제 김장무를 뽑아 월동 무 삼아 땅에 묻었다. 잘라낸 무청은 시래기가 된다. 처마 밑 빨랫줄에 널었다. 올핸 겨우내 먹을 만큼만 만들기로 했다. 봄이 되면 해마다 남아돌았다.
역시 모과는 모과 오늘도 감을 한 바구니 땄다. 한꺼번에 많이 못 딴다. 나무에 달린 홍시를 기다리기엔 서두를 건 없지만 곧장 추워진다. 대봉감에 비해 모과가 고마운 건 자유낙하를 해준다는 점이다. 장대를 들고 애써 딸 필요가 없다. 해마다 때가 되면 모과나무 밑에 노랗게 잘 익은 모과가 떨어져 널부러져 있다. 개량종 모과는 토종에 비해 모양새가 다소 매끈하다. 아무래도 모과는 모과. 모과는 역시 우락부락한 그게 매력이다. 굵기도 하거니와 모과 향도 짙다. 올해, 모과가 많이 열었다.
만추, 일 삼아 놀이 삼아 입동이 코 앞, 상강을 지나면서 무서리가 내려도 몇차례나 내렸는데도 알토마토 한 그루는 건재하다. 쉬임없이 열어준다. 기특하다. 한동안 가차없이 날아들던 날새들이 왠지 요즘 뜸하다. 굳이 우리집 감나무 홍시가 아니라도 여기저기 들릴 데가 많은가 보다. 익어가는 가을... 서두를 것 없다. 눈에 보이면 오다 가다 몇 개 씩 딴다. 일로 삼으면 힘이 든다. 만추의 묘미는 이런 것.
감을 따면서 홍시로 익어가는 감나무 주변이 갈수록 요란하고 소란스럽다. 작년에 비닐 하우스에 걸어두었던 감따기 장대를 찾아 양파망으로 감망을 만들어 감따기 준비를 했다. 감 따는 묘미는 감나무 가지를 뚝뚝 뿌러뜨려가며 따는 거다. 똑같은 일이라도 맛이 다르다. 높게 달린 홍시는 직박구리나 까치떼 날짐승들에게 내 주기로 작정하고 낮은 가지에 열린 감부터 세월아 네월아 하고 쉬엄쉬엄 따기로 했다. 숫자를 헤아려보니 300 개, 석 접은 가뿐히 될성 싶다. 이틀동안 딴 감은 재활용으로 빈 보루박스에 넣어 보관했다. 두 박스에 70 개다. 곧 홍시가 될 것이다.
느긋한 만리포 갈매기 집사람이 소원면 어느 친구집에 다녀올 일이 있다기에 오늘도 나는 길라잡이로 나섰다. 마침 그 집 바깥주인장이 양봉을 크게 하고 있어 횡재하듯 꿀을 두 병 샀다. 운전으로 노력 봉사해준 값이라나...하면서. 평소 꿀을 상복하고 있기에 어차피 사야할 꿀이나 소득은 소득. 만리포와 지척이었다. 소원까지 왔다가 만리포를 아니들릴 수 없어 찾아갔다. 백사장 해변은 한적했다. 갈매기가 놀았다. 사진 몇 장을 찍었다. 쫒기듯 명절 지난 뒤 느긋한 하루였다. 그늘에 돗자리를 깔고 앉은 또다른 느긋한 부부가 있었다. 똑딱선 기적소리 젊은 꿈을 싣고서 갈매기 노래하는 만리포라 내 사랑 그립고 안타까워 울던 밤아 안녕히 희망의 꽂구름도 둥실둥실 춤춘다
마누라는 못말려! 얼마전 농업기술센터에 들렀다가 우연히 만난 귀농지원팀 직원의 권유로 집사람이 선뜻 과정에 등록했다. '머리는 쓸수록 빛이 난다'며 옆에서 격려는 했지만 듣기 좋아라 해본 소리. 지금 이 나이에 e교육은 무슨 e교육... 마뜩찮았다. 농업기술센터가 외딴 외곽지구라 대중교통편이 없다. 마누라의 향학열에 등하교 통학 총대를 매야하는 남정네가 되었다. 4시간 수업이라 나는 집에 돌아왔다가 하교시간에 맞춰 다시 나간다. 일주일에 하루, 8주차 교육이 끝나는 10월 22일까지는 하루 두 번 꼼짝없이 읍내 출입을 해야 한다. 나는 코로나 백신접종 신청을 이런저런 이유로 미뤄왔는데, 집사람은 1, 2차 접종이 이미 모두 끝난 상태. 얼마전 2차 접종을 갔다가 갑자기 빈자리가 생기면 끼워넣어주겠다는 간호사의 말에 내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