歸村漫筆 (632) 썸네일형 리스트형 죽었던 무화과, 살아나다 대문간 옆 무화과 나무. 무화과가 죽었다. 봄에 싹이 트지 않았다. 무화과 나무가 그다지 크진 않아도 무화과 노래를 흥얼거리며 쩍 벌어져 잘 익은 무화과를 따먹는 즐거움이 있었다. 집사람이 무화과를 좋아하여 대문을 드나들 때마다 때론 산새들과 다투어가며 하나씩 따먹는 재미를 앗아가버린 허전함. 지난 겨울이 유난히 춥긴 추웠다. 들려오는 얘기로 이웃 몇몇 집 무화과도 모두 죽었다고들 했다. 무화과는 본래 난대성 식물이다. 오늘 마당을 정리하다 우연히 들여다 보았더니 아랫도리 둥치 중간에서 새싹이... 파릇파릇 돋아나고 있었다. 죽은 가지의 몰골이 하두 어수선하여 베어버릴가 하다 귀촌 초기부터 다져진 15년 여 인연이 아련키도 하고 해서 그대로 두었는데... 여름이 다된 이제 새싹이 날 줄이야. 하마트면 큰.. 감자밭 옆에 돼지감자 하지가 어느듯 사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 무렵에 캔다해서 '하지 감자'라고들 하는데 역시 때가 되니 감자 잎이 누릿누릿 말라들어가는 폼새가 감자 캘 때임을 스스로 알려준다. 감자를 캐기 전에 진입로를 만들기 위해 감자밭 주위를 정리해야 한다. 감자밭 옆에 내 키만큼이나 우궂하게 자란 돼지감자가 무리다. 10 년 전 귀촌 초기 어느분이 건강에 좋은 식재료라며 종자를 애써 보내주셨는데... 이게 완전히 천덕꾸러기 애물단지가 되어버렸다. 거름 한 됫박 주지않아도 번식력이 워낙 출중해 아무리 잘라내도 해마다 다시 돋아나 주위를 완전히 장악해버린 것. 어쩌다 감자 이름을 타고 난 잡초. 이런 잡초가 없다. 감자 캐기 위해 돼지감자부터 퇴치해야 하는 아이러니... 예초기 칼날에 모두 잘라버리기엔 너무 모질다 생.. 오늘 일기장... 달랑게와 꿀벌, 달팽이 올해도 구아바꽃이 피었다. 매끈한 열매에 새콤달콤한 맛에 비해 구아바꽃은 영 별로다. 꽃 생김새가 허접스런건 두고라도 구아바 꽃에서 향기라기엔 전혀 별종스런 이상한 냄새가 난다. 그런데도 꿀벌은 쉼없이 날아든다. 허리에 꽃가루를 꿰차고서 연신 나딍군다. 벌들은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가봐. 우리집에서 화분에 담긴 유일한 나무가 구아바다. 열대성 식물이라 추위에 약해 화분에서 키울 수 밖에 없다. 가을이면 크다란 화분을 현관 안으로 들이고 봄이면 바깥에 내다놓는 수고를 귀촌 이후 10여 년째 하고 있다. 갈수록 화분의 무게가 힘에 부쳐 절로 인상을 긋다가도 초가을 어느날 잘 익은 구아바 맛을 보고나면 우아하게 생각이 달라진다. 초봄 분갈이에 밑거름을 덤뿍 주고 여름을 지나면서 때맞춰 밑거름을 하는 노력.. 그 구멍이 내 눈에는 왜 안 보일까!? 한 달 전에 6만 원을 들여 수리를 했는데 가스 예초기가 끝내 수명을 다했다. 10년 가까이 사용했으니 그만하면 오래 쓴 편이라며 위안했으나 손에 익은 거라 어딘지 허전했다. 같은 기종으로 오래 전에 미리 준비해둔 게 하나 있어 호기롭게 꺼내 새 예초기를 조립하기 시작했다. 첫 단계는 작업봉 앞봉 끝에 칼날을 끼우는 작업이었다. 기어 케이스 어딘가 구멍에다 'L렌치'를 꽂아 고정시키고 박스 스패너를 돌려야 하는데 도무지 구멍은 보이지않고 박스 스패너만 헛돌아 칼날을 끼울 수가 없었다. 깨알같이 작은 글씨로 된 조립 설명서를 눈알에 힘주어 뜯어보아도 구멍은 보이지 않았다. 쉬었다가 작업봉을 다시 만져보았으나 스트레스만 쌓일 뿐 내내 애를 먹였다. 마침 동갑내기 박 회장이 대문간 건너에서 메주콩 심을 채비로.. 이런 고얀놈 봤나?! 마당에 자그마한 복숭아 나무 한 그루가 있다. 해마다 복숭아 꽃은 애써 만발하지만 탐스럽게 복숭아가 열린 적이 없다. '올해도 도화가 피었구나...' 무미건조하게 계절성 감탄사 한번 읊조리는 걸로 지나가곤 했다. 며칠 전, 지나다 보니 크기가 제법 튼실한 복숭아 두 개가 예쁘게 열려 있었다. 올핸 모처럼 복숭아 맛을 보려나 일찌기 없었던 기대를 하며 진디물, 벌 등 해충 방지용 봉지를 제깍 씌워 주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오늘 아침이다. 봉투가 날카롭게 찢어 발겨지고 그나마 한 개는 땅바닥에 떨어져 나딩굴고 있었다. 어린 복숭아도 여러 곳을 예리하게 찍혀 상채기가 났다. 까치 아니면 직박구리, 어느놈 소행인가? 감자밭이 달라졌다 유월이다. 시도 때도 없이 비가 온다. 봄장마라고도 하고 어떤이는 이러다 여름 장마와 겹치게 아닌가 하면서 푸념을 한다. 밭농사하는 농삿꾼은 가뭄보다 장마에 애를 먹는다. 요즘 한창 마늘을 캐야하는데 질척거려서 못캐고 고구마 심어야 하는데 고구마 순이 웃자라도 기계장비가 들어갈 수 없어 미뤄야 한다. 세상사 모두가 그렇듯 농사도 때가 있는 법. 우리집 감자밭도 잡초가 무성하다. 쉬엄쉬엄 뽑아주어도 금방 다시 돌아보면 저만치 또 자라나 있다. 잦은 비 때문이다. 오늘은 예초기까지 동원하여 대대적 잡초 소탕전(?)을 벌렸다. 밭둑 가장자리에 칡덩쿨과 한삼덩쿨이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감자밭으로 쳐들어오고 있다. 초장에 제압을 하지 않으면 여름내내 애를 먹는다. 감자밭에 이런저런 잡초를 일일이 손으로 뽑아내다.. 비 내리는 흥주사 내리는 비를 뚫고 읍내 칫과병원에 갔더니 앞서 기다리는 손님이 없었다. 누구나 궂은 날은 움직이기 싫어한다는 반증. 이런 날도 다있구나 반색하며 막바로 치료를 받긴 했는데 되레 시간이 붕떠 허전했다. 이럴 때 아니면 언제 가보나 하며 돌아오는 길목에 발길을 흥주사로 돌렸다. 비내리는 날의 산사. 그야말로 적막강산이었다. 받쳐든 우산에 갸날프게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만. 만세루 돌계단을 올라 대웅전 앞에 이르렀더니 비구니 스님 한 분이 문을 열어 빠끔히 내다보며 ' 어떻게 오셨냐?'고 묻는다. 아무도 찾지않는 비 내리는 이런 날, 스님도 심심하셨던가? 아님 어느 한 남정네가 절간을 어슬렁거리는 게 수상했던가? .... .... 반가운 건 요사채 앞뜰에서 발견한 방아잎. 충청도 절간에서 경상도 방아를 가져다 ..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이발소에서 구겨진 신문 조각을 폈다 접었다하며 하염없이 자기 순서를 기다리는 것만큼 지루하고 따분한 일이 있을까. 반드시 미리 전화를 걸어보고 간다. 손님이 없다기에 서둘러 문밖을 나서려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갑자기 몇 분이 이발하러 들이닥쳤다는 것. 두어 시간 뒤에 다시 전화를 걸었더니 "비가 오니 손님이 계속 붐비네요..." 이발소장의 음성. 서울서 손님이 온다 해서 머리 손질을 반드시 해야겠기에 오후에 막무가내로 이발소에 갔다. 차로 10분 거리. 아니나 다를까 이발소 마당에 자동차 세 대가 줄이어 서있다. 들어가 보지도 않고 되돌아 왔다. 다음날 다시 올 수 밖에. 그렇다. 살림집에 딸린 이발소라 벨이 있지! 오늘 새벽 여섯 시... 초인종 벨을 힘차게 꾹 눌렀다. 사흘 째 되는 날 아침 이슬 밟.. 이전 1 ··· 6 7 8 9 10 11 12 ··· 7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