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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村漫筆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이발소에서 구겨진 신문 조각을 폈다 접었다하며 하염없이 자기 순서를 기다리는 것만큼 지루하고 따분한 일이 있을까. 반드시 미리 전화를 걸어보고 간다.

 

손님이 없다기에 서둘러 문밖을 나서려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갑자기 몇 분이 이발하러 들이닥쳤다는 것. 두어 시간 뒤에 다시 전화를 걸었더니 "비가 오니 손님이 계속 붐비네요..." 이발소장의 음성.

 

 

 

 

 

서울서 손님이 온다 해서 머리 손질을 반드시 해야겠기에 오후에 막무가내로 이발소에 갔다. 차로 10분 거리. 아니나 다를까 이발소 마당에 자동차 세 대가 줄이어 서있다. 들어가 보지도 않고 되돌아 왔다. 다음날 다시 올 수 밖에.

 

 

 

 

 

그렇다. 살림집에 딸린 이발소라 벨이 있지!  오늘 새벽 여섯 시... 초인종 벨을 힘차게 꾹 눌렀다. 사흘 째 되는 날 아침 이슬 밟고 찾아가 간신히 이발을 했다.

이발소장님 말씀 :  "이틀동안 50명 쯤 될거유. 허리가 아프고 발에 부종이 생겼씨유... 시골 농촌은 비가 올 때 다들 이발하는가봐유."

 

 

봄장마인가. 비가 오락가락하다 어쩌다 오늘은 갰다. 앞으론 미리 전화고 뭐고 없이 아예 새벽에 벨을 울리기로 마음을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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