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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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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집에 묻어온 '엽서 한장' 라는 저서가 있고 한 때 '천만 불 수출탑'을 수상했던 수출의 역군이 이제 우리나라 시조의 세계화에 앞장서는, 우뚝 선 시조 시인이 되었다. 양재천변, 전철역 등 곳곳에 그의 시비가 있다. 원당은 까까머리 고향 친구다. 갓 출간한 시조집을 보내왔다. 표지를 넘기자마자 책갈피에 든 엽서처럼 시야에 들어오는 곰살맞은 몇 자 글귀... ... 새삼, 그 어느날의 봄동 이야기가...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된다.
그날의 '스님과 수녀' 서산 부석사와 영주 부석사는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하였다. 해 저무는 서산 도비산 자락에 천수만을 배경으로 두 분. 역광에 보일 듯 말 듯 비구니 스님과 수녀였다. 이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서둘러 몇 장의 사진을 담았다. 이해인 수녀가 부석사 산사 음악회에 참석차 들린 것이다. 꼭 10년 전이다. 아름다운 동행은 언제나 아름답다.
건들바람이 수상하다 흐렸다 개었다 하는 요즘 여느 날과 다름없는 무덥덥한 하루다. 오전에 태안 노인복지회관에서 온 직원들이 하하 호호하며 매실 50 키로를 따 갈 때만해도 햇살이 났다. 오후 서너 시가 지나자 달라졌다. 검은 구름이 두텁게 덮었다. 갑자기 온천지가 시커멨다. 한 줄기 건들바람이 세차게 불며 지나갔다. 나무 잎새가 우수수 소리를 내며 파르르 떨었다. 드디어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쨌거나 시원하게 한 줄기 소나기라도 내렸으면... 얼마나 오려나. 가물었다.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냈다. 이대로면 붕어, 가물치가 뒤집어진다. 지붕에서 물받이를 따라 홈통으로 쏟아지는 소리에 잠을 깼다. 새벽이다.
소만 사월이라 맹하되니 입하 소만 절기로다 비 온 끝에 볕이 나니 일기도 청화하다 떡갈잎 퍼질 때에 뻐꾹새 자조 울고 보리 이삭 패어나니 꾀꼬리 소리 난다 농사도 한창이요 누에도 방장이라 남녀노소 골몰하여 집에 있을 틈이 없어 적막한 대사립을 녹음에 닫았도다... ... 농가월령가 4월령이다. 오늘은 소만. 여름 맛이 난다. 앞뜰은 온통 모내기에 여념이 없다.
4월은 가고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지를 쓰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을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 - - 어느 듯 는 끝났다.
대통령 선거, 국방위 자문위원 살다 보니 나까지. 어떤 경로로 나에게 왔을까? 궁금하다. 국방위라니 같은 값에 기분은 좋다.
얼어도 얼지 않는다, 배추 봄동배추로 가는 길. 아무리 추워도 얼지 않는다.
'화수분'과 '화분' 오늘 하나로 마트에 갔다가 우연히 벌꿀 진열대에서 화분을 보았다. 화분이 뭐기에 꿀 값보다 화분 값이 더 비쌌다. 우리가 아는 花粉이란 꽃가루다. 마트의 '화분'은 꿀벌이 꽃에서 꿀을 모을 때 몸에서 분비한 효소와 꽃가루를 꿀벌의 뒷다리 사이에 뭉쳐서 벌통으로 가져오는 꽃가루 덩어리. 인근 소원면에 사시는 분에게서 그동안 벌꿀을 몇 통 샀더니 얼마전, 화분을 덤으로 한 병 보내주셨다. 평생 말 만 들었지 화분은 처음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몸에 좋다고 하니 좋다면 좋은 것. 살다 보니 아직도 처음인 것이 많다. 화수분은 재물이 자꾸 생겨 아무라 써도 줄지않는 거다. 전영택의 소설에 이 있다. 찌들게 가난한 주인공 화수분의 가난과 부자라는 상징적인 대비라면 모를 가 화수분과 화분은 관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