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귀촌일기

(695)
오늘은 雨요일 어제까지 이웃 아주머니들이 다들 서둘러 땅콩을 심는 걸 보았다. 이웃 농사를 보면 내가 해야할 일을 안다. 나도 오늘 땅콩을 심었다. 마침 비가 내린다. 종자를 뿌린 뒤에 내리는 비. 고맙다. 땅콩을 심고나면 까치나 산비둘기와 일전을 벌여야 한다. 용케 알고 날아와 고스란히 파먹기 때문이다. 내리는 비가 날짐승의 습격을 막아준다. 농부에게 요일이 따로 없다. 雨요일이 좋은 날.
타고난 재는 거름이 된다 매실나무 전정으로 잘라냈던 잔가지들이 그동안 말랐다. 쓸어모아 오늘 태웠다. 타면 재가 되고 재는 거름이 된다. 쌀쌀한 이른 아침이라 불을 쬐니 훈훈했다. 봄이 왔다고 하나 아직은 따뜻한 불기운이 좋다.
봄맞이 7백 평 남짓 땅도 거두기 나름. 해야 할 일이 많다. 서서히 농사철이 돌아오고 있다. 보름쯤 뒤면 감자를 심어야 한다. 팔봉면 대황리 박 이장에게 설날 안부 겸 전화를 걸어 씨감자 '수미' 종 한 상자를 부탁했다. 비가 온다더니 비는 아니오고 오후에 들자 날이 확풀렸기에 밭에 내려가 그동안 시간이 나는대로 쉬엄쉬엄 해온 전정, 매실나무를 다듬었다.
천연기념물 201호... 고니 날아오다
늙은이들이 가는 곳 "이 늙은이들이 가는디가 워디겠쓔!? 맨날 가는 고 개지." 이른 아침에 마을버스 종점 앞을 지나가다 만난 두 분. 부슬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 읍내로 나가는 아홉시 반 버스가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다. "새벽밥 드시구 아침 일찍부텀 어딜 가슈?"하고 실없이 여쭈어 보았더니... 뻔할 뻔짜로 즉각 되돌아오는 대답이었다. 맨날 가는 그 곳이란, 단골 정형외과병원 물리치료실 아니면 정기적으로 약 타러 가는 약국이다.
얼음구멍치기 낚싯꾼...눈발 속에 걸었다 오늘은 雪太公인가... 강태공 얼음구멍치기 낚싯꾼. 도내저수지에 드디어 나타났다. 지난 두어 해는 이상난동으로 결빙이 되는 날이 없었다. 쌍섬이 보이는 방조제를 반환점으로 도내수로를 한바퀴 돌아오는 길은 눈보라가 휘날렸다. 오늘도 만 보를 걸었다. 걸을수록 기분 좋은 날.
74세의 숨은 재줏꾼 올해 일흔 넷. 서울에 사는 고등학교 동기 친구 이야기다. 평소 동창 모임이 있을 때면 실력 발휘하던 색소폰 악기 연주 솜씨만 탁월한 줄 알았는데 비누공예 기술까지 있을 줄이야. 나이가 들수록 무르익는 세월의 중후함. 며칠 전에 택배로 보내온 선물, 비누 한 세트. 비누가 아니라 작품이었다. '너무 예뻐서 어디다 모셔두어야지... 허투루 쓸 수 없다.'고 했더니 다 쓰고 나면 또 만들어 보내 주겠다는 약속 문자를 받고 당장 사용해 보기로 했다. - - -
코로나 시절... 친구의 선물 _ _ _ _ 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