歸村漫筆 (632) 썸네일형 리스트형 雨水를 지나며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인데 천릿길 남쪽 충청도 이 고장엔 얼음이 꽁꽁 얼었다. 강추위가 다시 찾아왔다. 칼바람에 더더욱 체감온도는 곤두박질이다. 앞산 솔밭길을 걸었다. 녹다 말다 며칠 전에 내린 잔설을 밟으며 걸었다. 솔카지 사이로 내리비치는 햇살이 따사롭다. 소나무 등걸, 솔뿌리 사이에 돋아나는 이끼들. 새파랗다. 어김없이 자연은 정직하다. 못말려, 뻥옥수수 사랑 읍내 나가 옥수수 뻥튀기를 다시 해왔다. 열흘 전 뻥튀기의 재고가 금방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지난번 절반을 남겨두었던 옥수수를 걷어 거실에 두고서 어제 하루 내내 옥수수 낟알을 깠다. 뻥이란 게 그렇다. 한번 입에 대면 입이 까치러울 때까지 연신 손이 간다. 그래도 그렇지... 옥수수뻥 축 내는 저력은 단연 집사람. 추종 불허. 올핸 옥수수를 많이 심기로 했다. 한해 영농계획서는 서서히 이렇게 만들어 진다. 내일 모레가 입춘. 밭갈이 할 때가 되었다. 뻥튀기 기계에서 뻥 하며 옥수수뻥이 터져나오기를 기다리는 10 분... ... ... 동계 훈련...오늘도 걸었다 동계훈련이 따로 있나. 눈보라 쯤은 예사, 어지간히 칼바람이 아니고서야 걸었다. 걸을수록 겨울 철 걷기의 묘미가 봄 가을 못지않다는 걸 알았다. 올겨울의 첫 일과는 걷기운동이었다. 걷기를 첫 일과로 삼는 까닭은 미적거리다 자칫 시간을 놓치면 이 핑계 저 핑계로 게으름이 뻗쳐 허다히 빼먹는 수가 있기 때문. 걷기부터 해두고 보는 것이다. 아침밥상 물리자 마자 출발한다. 솔밭 사이로 해가 뜬다. 배추 한 포기 "이그, 채솟값, 장난이 아뉴." 하나로 마트에 들렸다가 나오며 집사람이 하는 말이다. "우리밭에 있는 거나 부지런히 뽑아 먹읍시다."하며 대꾸했다. 시골 농촌이라 채소가 지천으로 거저 나오는 줄 알지만 실은 뽄때없이 비싼게 시골 채소다. 심지어 서울 가락동 경매시장까지 갔다가 내려오는 채소도 있다. 밭에 내려가 두어 포기 뽑아오면 배추쌈, 된장 배춧국, 배추나물이 된다. 얼다 녹았다 눈 비 맞아가며 삼동을 지난 배추가 사근박지고 더 달다. 땅속에 묻어논 저장무도 있다. 빨랫줄에 무청 시레기를 걷어 삶아두면 봄으로 가는 징검다리 계절에 시레깃국, 시레기 나물이 또한 별미. 말려둔 고사리, 호박, 무말랭이는 채소가 아니던가. 며칠 전, 집사람이 마실 나갔다가 "한번 드셔 보슈."하며 겨우내 온상에서 재배한.. 서울로 간 뒤 나는 걸었다 집사람은 고속버스로 서울 올라가고 나는 걸었다. 날이 풀렸다곤 하나 겨울의 막바지 바람이 차다. 오늘따라 평소에 안가던 먼 길을 택했다. 마당에서 내려다 보면 멀리 남쪽으로 산등성이가 가지런한 어은 뜰이다. 코로나 시절에 굳이 둘이 올라갈 것 없다 해서 정기적으로 나 대신 병원에 가서 의사를 면담하고 약을 타 온다. 오늘도 꼭두새벽에 다시마말이 김밥 도시락을 쌌다. 버스 시간이 6시 40분이라 시장끼 땜빵용이다. 다른 남정네들이야 이럴 때 어떡하는지 모르지만, 남들이 갓을 쓸때 벙거지라도 쓰는 시늉을 해야 내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다. 나중에 돌아와서 맛있게 먹었다는 한마디가 새삼 고맙다. 눈 길, 걷다보니 만 보를 걸었다 오늘도 눈발이 날린다. 한낮에도 빙점 아래를 맴돌던 날씨가 그나마 풀렸다. 도내저수지 방죽 앞뜰을 걸었다. 올 겨울엔 눈이 풍성하다. 그동안 내린 눈이 그대로 쌓였다. 사각사각... 뽀드득거리는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걷는 눈 길은 오랜 만이다. 어쩌다 신발에 눈덩이가 들어가 발이 시리다. 경사진 곳은 미끄럽다. 신경을 쓰다보니 보폭이 짧다. 평소 같으면 8천 본데도 만보계 숫자가 더 올라가는 이유다. 지난 가을 장마가 끝날 무렵 어느날, 무궁화 묘목 두 그루를 안마을 팔각정 입구 양쪽에 심었다. 발걸음이 오늘따라 그 쪽으로 갔다. 팔각정에 가까이 붙여 심었다며 봄이 되면 버갯속영감님댁 김 계장이 옮겨 심어주기로 한 무궁화. 봄을 기다리며 잘 있다. <천리포수목원> 꽃씨... 신청한 까닭 봄이 가까이 오면 에서 회원을 대상으로 해마다 실시하는 행사다. 지금까지 한번도 신청해본 적이 없다. 전문 지식도 그러려니와 그 시간에 밭농사지 복잡한 꽃이름을 가진 화초를 스트레스 받아가며 굳이 기르는 건 내 적성이 아니었다. 올해는 신청을 했다. 이 달 말에 꽃씨 종자가 보내오면 원하는 분들에게 나눠주면 될 일. 겨울이 삭막하지 않는 이유 처마밑에 걸려있는 무청시레기와 옥수수가 날로 줄어드는 건, 겨울이 지나가고 있다는 징표다. 그나마 소상남반 충청도 땅에도 예년에 없던 폭설이 연달아 내리고 영하 15도 동장군에 몸을 움추렸다. 저장해둔 홍시가 아이스 홍시가 되었다. 꺼내두면 녹는다. 가끔 한두 개 씩 꺼내먹는 맛, 오늘은 인절미에다 홍시를... 겨울은 삭막하다구요? 오늘도 함박눈이 내린다. 내려라 눈 눈 눈... 봄은 온다. 이전 1 ··· 8 9 10 11 12 13 14 ··· 7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