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람은 고속버스로 서울 올라가고 나는 걸었다. 날이 풀렸다곤 하나 겨울의 막바지 바람이 차다. 오늘따라 평소에 안가던 먼 길을 택했다. 마당에서 내려다 보면 멀리 남쪽으로 산등성이가 가지런한 어은 뜰이다.
코로나 시절에 굳이 둘이 올라갈 것 없다 해서 정기적으로 나 대신 병원에 가서 의사를 면담하고 약을 타 온다. 오늘도 꼭두새벽에 다시마말이 김밥 도시락을 쌌다. 버스 시간이 6시 40분이라 시장끼 땜빵용이다.
다른 남정네들이야 이럴 때 어떡하는지 모르지만, 남들이 갓을 쓸때 벙거지라도 쓰는 시늉을 해야 내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다. 나중에 돌아와서 맛있게 먹었다는 한마디가 새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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