歸村漫筆 (632) 썸네일형 리스트형 농부의 하루...시작과 끝 채마밭에 물을 주는 일... 농부의 하루는 시작된다. 가을 가뭄이다. 밭작물에게 간간이 내려주는 단비만큼 보약은 없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물을 줘야하는 상치가 있는가 하면 사나흘 건너뛰고 물을 주는 배추, 작물에 따라 다르다. 오늘은 루비킹이라는 빨간무와 당근 모종을 심었다. 어제 읍내 모종시장에서 자주양파 모종을 사면서 덤으로 받아온 모종이다. 단골에 대한 예의상 선심이라 갯수가 많을 리 없다. 자주 먹는 당근, 이왕 심는 거 좀더 심자는 집사람의 한마디에 부랴부랴 다시 읍내 나가 아예 당근 모종 한 판을 통째로 사왔다. 애당초 계획에 없었던 품목이라 괭이로 이랑을 다시 일구어 두둑을 만들었다. 일이 커졌다. 나에게 농사란 늘 이런 식이다. <윤슬이 뜬 도내수로> 가을이 되면 노랑 파랑 물감이 눈앞에 아른거리며 그림 붓을 들고 싶어진다. 지난해 이맘 때 을 그렸다. 야심차게 화폭을 펼쳐놓고 시작했으나 그려놓고 보면 뭔가 미흡하고 어디엔가 미진하여 그리다 말다 하면서 올 삼복 한여름에서야 겨우 사인을 하고 끝냈다. 우리집 마당에서 내려다보는 황금 들녘, 도내수로. 가을이 이슥해갈수록 가을 햇살에 역광이 되어 반짝이는 물비늘이 그윽하다. 귀촌 이후 해마다 마주하는 경치이건만 감탄만 하다 세월이 갔다. 올핸 반드시... 라는 화제를 생각하며 이젤을 세우고 캔버스를 걸었다. 달포 전이다. 누릿누릿 벼가 익어가던 앞뜰은 어느새 황금 들판이 되었다. 간사지 논을 휘저으며 숨가쁘게 콤바인이 추수를 한다. 대봉감도 빨갛게 익었다. 세월이 좀먹냐 해삼이 남게 올라가냐 하며 쉬엄쉬.. (서울나들이 유감) '태안 솎음무','한양 물김치'되어 돌아오다 정기검진을 받으러 서울 가는 길엔 늘 딸아잇집에 머문다. 병원에서 비교적 가깝기 때문이다. 이번 상경길엔 마침 채마밭에 채소가 풍성해서 여러가지 손에 잡히는대로 뽑아 가지고 갔다. 그 중에는 솎음무도 있었다. 집사람과 딸래미 두 모녀가 마주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도 하며 다듬었다. 물김치를 만들었다. 상온에 두고서 하룻밤 살짝 익히면 물김치의 시원한 맛이 제대로 우러난다. 먹음직스러워 서울서 담근 솎음무 물김치 한 통을 태안으로 가지고 내려왔다. 우리밭 태안 솎음무가... 한양표 물김치로... 또 다른 맛이네그려. 아삭하고 새큼 상큼하다. 진맛이 왜 더 나나 했더니 오손도손 모녀 합작의 손맛, 오랜만의 공동작품이었다. 호박꽃은 무슨일로 피고 또 피고... 하루가 다르게 쌀쌀하다. 간밤 내린 비에 기온이 뚝 떨어졌다. 설악산 첫 단풍 소식이 들려올 때가 되었다. 깊어가는 이 가을에 호박꽃이 피었다. 박꽃도 덩달아 피었다. 참 영악스런 놈이로고! 씌워둔 비닐봉지를 뚫고 잘 익은 무화과를 쪼아 먹어치우기는 처음이다. 직박구리 소행이 분명하다. 대문간 입구에 무화과가 익어가고 있다. 들며 나며 하나씩 따먹는 재미를 단내를 멀리서 어찌알고 날아와 익는 족족 훼방을 놓는다.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영악스럽기는 사람도 마찬가지. 추녀 밑에 말린다고 널어둔 땅콩도 산새들 놀이터로 까치떼들 차지다. 숨바꼭질하듯 어디서 기다렸다가 순서대로 날아들어 순식간에 하나씩 물고 달아난다. 새벽부터 앞뜰은 대포의 포성이 낭자하다. 포성이 울리면 참새떼들이 날아올랐다. 이젠 갈수록 참새떼가 놀라는 것 같지도 않다. 무심코 지나가던 행인만 놀랄뿐. 일본 스모 가을 경기가 열리고 있다. 내가 보는 관심의 촛점은 '엔호'라는 선수다. 95 키로가 200 키로의 거구를 단숨에 .. 귀촌이란? 우리 시대의 마지막 귀촌 우리집 거실에 꽤 괜찮은 제법 오래된 팔각상(실제론 12각)이 하나 있는데 한쪽 모서리가 찍히고 패이고 온통 상채기 투성이다. 16년 전, 귀촌하여 흙벽돌 집을 짓고 그 해 말 해가 바뀌기 전에 할 일은 해야한다며 마을 사람들을 모두 불러 집들이 할 때 남은 흔적이다. 늦은 시간에 거나해진 옆집 아주머니가 흥에 겨워 장수만세 메들리 니나노 장단에 맞춰 팔각상을 쇠숟가락으로 힘차게 사정없이 두드렸던 것. 한가위가 가까와 오면 어느날 이른 아침을 택해 온동네 주민이 동원되어 두레 풀깎이 미화작업은 장관이었다. 마을 어귀에서 안마을까지 꽁잿길 1 키로 남짓의 길 양쪽에 여름내내 제멋대로 자란 잡초를 남정네들이 예취기로 잘라내면 부녀자들은 졸졸 따라가며 빗자루로 쓸어담아 끝내기 마무리를 했던 것. 반장은 넉넉한.. 미인고추의 회춘 가을로 가는 길목, 이맘때면 여름내내 잘 자라주었던 가지, 파프리카, 고춧대는 서리 내리기 전에 일찌감치 통째로 뽑아내 밭을 정리할 때다. 꽃은 피더라도 제대로 영글지않기 때문이다. 김장배추 모종을 심고, 김장무 씨앗을 뿌리던 보름 전 쯤이다. 나도 죄다 뽑아내버릴가 하다가 갑자기 이게 아니다 싶어 그동안 안하던 짓, 어떤 실험을 해보기로 했던 것. 쓰잘데 없이 무성한 잎과 잔가지들을 시원스레 잘라내 햇살이 들고 통풍이 되게 전정을 했다. 뿌리 근처에 유기농 거름을 물에 타서 녹여 두어 번 나눠 주었다. 가지, 파프리카, 고춧대가 살아나며 생기가 돈다. 다시 꽃이 핀다. 꼬부라지기만 하던 가지가 길쭉하게 매끈해졌다. 파프리카가 노랗게 익어가고, 미인고추도 주렁주렁 열리기 시작했다. 청개구리...이놈이 그놈일까? 세면대 위에 청개구리. 누굴따라... 어떻게 들어왔을까. 며칠 전엔 침실에 들어온 녀석도 있었다. 잠결에 무슨 소리가 잠이 들만 하면 나고... 또 나고... 신경이 거슬리도록 이쪽 저쪽에서 새삼스레 반복적으로 들려... 잠을 깨웠다. 불을 켜 이리저리 찾아보았더니 청개구리 한 녀석이었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는 녀석을 간신히 거실로 몰아내고 다시 잠을 청했으나 결국 첫 잠을 설쳤다. 오늘 이놈이 그놈일까. 집안을 온통 무시로 드나드는 놈. 이전 1 ··· 11 12 13 14 15 16 17 ··· 7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