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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村漫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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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오늘은 수박밭에서 놀아볼가 귀촌일기를 쓰는 재미가 오늘같은 날이다. 복날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원두막은 아닐지라도 마당에 우람한 느티나무 아래 너럭바위 평석 위에 둘러앉아 발갛게 익은 수박을 먹는 맛. 칼끝이 닿자마자 저절로 갈라지듯 쪼개지는 쩍 소리의 청량감. 생각만 해도 즐겁다. 우리집 수박밭에는 이제사 생겨나는 털보숭이 녀석에다 큰 놈은 건너마을 고집불통 짱구네 머리통 만하다. 수박 이파리를 헤치고 대충 헤아려 보니 열 몇 덩이는 된다. 노지 수박은 삼복의 따가운 햇살이 보배. 날로 날로 수박이 익어간다. 볏집 깔개라도 마련해 바닥에 깔아줘야 할 가 보다. 첫 수박은 아무래도 열흘 뒤 중복 때나... 맛 보려나. 제일 큰 놈 하날 골라 톡톡 두드려 봤더니 아직 소리가 둔탁하다. 지난 봄 수박 모종을 심으면서 기다린 복날. 쬐..
안데스 산맥에서 왔소이다 아랫밭 밭둑에 사과나무는 '미야마 후지' 품종이다. 마을 들머리의 과수원 집에서 구해다 심은 것으로 일본에서 건너온 개량종이다. 마당에 있는 우리나라 토종 사과에 비하면 매끈하고 크기도 더 크고 단맛이 더 있다. 우락부락한 우리 토종은 빨강 착색이 분명하며 육질이 단단하다. 굳이 꼽으라면 나는 단맛보다 산미가 풍부한 우리 토종이 좋다. 능금 생각이 난다. 화분에서 자라는 구아바는 안데스산맥의 중남미가 원산지다. 아열대 식물이라 실내에서 월동한다. 화분 신세를 면치 못하는 이유다. 10여 년 전 다섯 그루를 천수만 농원에서 사와서 봄이면 분갈이도 해가며 구아바 맛을 보는가 하다가 어느 해 인가 모두 얼려 죽여버렸다. 새콤 달콤한 구아바 맛을 못잊어 지금 두 그루는 5년 전에 다시 사온 것이다. 빨강 구아바..
소서,초복,대서,중복...삼복 대처법 본격적인 한여름 문턱이다. 어제가 소서. 입추, 말복을 지나 처서 쯤 되야 아침 저녁으로 이슬 내리고 소슬바람이 인다. 가을로 가는 길이 멀다. 삼복을 이기는 방법... 주눅들지 않고 땀을 흘리는 거다. 느티나무 아래 평석 그늘에서 부채질로 마냥 한량하게 보내면야 얼마나 좋으련만 흙과 더불어 사는 농군이 그게 되나. 오늘도 아침나절에 동밭에 풀을 깎았다. 어제는 마당에 풀을 깎았다.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내일은 큰밭 차례다. 언젠가 해야 할 일랑 제때 제때 해야 나중에 편타. 햇살이 중천에 차오르기 전에 해야 할 두 가지 일은 한다. 새벽에 걷기 운동하고 한 시간 이런 저런 밭일을 하는 것. 16년차 귀촌 농부의 노하우. 삼복 대처법이다.
가물가물한 커피 한잔의 추억 달포 가량 병원 신세를 진 후 2년 여 커피를 입에 대지 않았다. 오늘 처음, 한 모금의 커피. 커피 맛이 달라졌다.
장맛비, 폭우 쏟아진 다음날... 감질만 내며 남쪽에서 오락가락하던 장마전선이 드디어 북상을 했다. 폭우가 쏟아졌다. 천둥 번개에 비바람을 동반해서 밤을 새워 요란했다. 들창에 비치는 번갯불에 뇌성이 요동을 치는거야 소리만 시끄럽지 별게 아니다. 농부에게는 비바람이 문제다. 밭에서 자라는 작물들을 얼마나 쓰러뜨려 또다시 일감을 만들어 줄 지 그게 걱정이다. 날이 밝자마자 밭에 내려가 보았더니... 무사했다. 넓다란 토란 이파리 밑에서 지난 밤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는 딱정벌레 한 녀석. 늦잠을 잔다.
"오늘 점심땐 뭘 먹나?!" 이젠 버릇이 되었다. 아침나절이 지날 쯤엔 집사람이 지나가는 말처럼 혼잣말처럼... 으레 던지는 질문이다. 푸념에 가깝다. 내가 반짝 아이디어를 내면 표정이 달라지며 반색을 하곤한다. 어쨌거나 오늘 점심 밥상에는 조갯살이 박힌 올해 첫 애호박전이 올랐다. 마침 부슬부슬 장맛비가 내리고... 신발 고쳐신고 밭에 내려가 호박덩쿨을 헤치고 며칠 전에 물을 주며 봐두었던 애호박 한 개 뚝딱 따오면 되는 걸.
비바람에 쓰러진 옥수수 세우기 아침에 일어나 밭에 나가 둘러보니 옥수수가 쓰러졌다. 키 만큼이나 자란 옥수수가 간 밤의 장맛비 비바람에 맥없이 누워버렸다. 얼마 안 있어 수염이 나고 알이 박혀 익어갈 옥수수다. 비가 잠시 소강상태인 틈을 타 지지대를 망치를 두드려 박고 단끈으로 묶어서 세워주기로 했다. 물기를 잔뜩 머금은 터라 일일이 세우기가 만만치 않다. 게다가 밭 고랑은 질다. 일은 반쯤 했는데 비가 온다. 오늘은 이 정도로 끝내고 퇴각. 내일 마무리할까 보다. 옥수수 세우기... 자연이 쉴새없이 일을 만든다. 농사란 이런 것.
장맛비 내리는 날의 여유 장마전선이 먼먼 남쪽에서 머물 때와 달리 막상 장마가 닥친다니 마음이 바빴다. 장맛비가 내리면 마치 발길을 끊을 것처럼 아랫 밭을 오르락 내리락 하며 며칠 부산을 떨었다. 예보대로 앞산 솔밭 등성이로 먹구름이 몰려오고 빗방울이 떨어진다. 초장이라 오락가락 하는 비다. 갈까 말까 하다 새벽 산보도 나섰다. 한동안 발길을 두지않을 것 같았던 밭에도 내려가서 웃자라는 오이 몇 개를 따고 육개장 끓인다는 집사람 심부름으로 대파를 한묶음 뽑아오기도 했다. 오후에는 읍내 출입을 했다. 도서관에도 두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