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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村漫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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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잡초! 흔히들 농사를 잡초와의 전쟁이라고 한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늘 이기는 전쟁은 전쟁이랄 수 없다. 봄 기운이 돈다 했더니 잡초가 일찌감치 기세 등등하다. 우리집 양파밭, 마늘밭에 잡초가 봄소식을 먼저 알아차렸다. 잡초와 어울려 올 한해도 동거다. 아옹다옹 보다 무덤덤. 그게 마음 편하다.
춘설이 난분분... 매화 옛 등걸에 춘절이 돌아오니, 옛 피던 가지에 피엄직 하다마는, 춘설이 난분분하니 필동말동 하여라 입춘첩을 붙였다. 명색이 입춘인데 눈발이 날리고 바람이 불었다. 죙일 을씨년스런 날씨다. 이런 날일수록 움직여야 한다며 나선 길. 크게 살 물건도 없는데 물정이나 살필 겸 오랜만에 서산에 있는 롯데마트를 가보기로 했다. 태안 농협 하나로 마트가 전국에서 몇 번째로 크다 한들 물량이나 태깔이 역시 비교가 되지 않았다. 봄을 지나 여름이 거기 있었다. 형형색색의 파프리카. 8월이면 우리 밭에도 풍성할 것이다.
동계 훈련? 어쩌다 한번 게으름을 피우면 다시 시작한다는 게 어렵다. 걷기 운동... 특히 겨울철이 그렇다. 동계훈련이라 생각하고 시도 때도 없이 틈 나는 대로 걷는다. 나는 나대로 집사람은 집사람대로. 편리한 시간에. 첫걸음을 떼기 까지가 몸이 굼뜨고 힘들다. 이런저런 이유나 핑계로 자칫 미루다가 못하고 마는게 일과 중에 걷기 운동이다. 아침나절에 걸었다. 다른 일랑 제쳐 두고 먼저 해놓고 보면 마음이 가뿐하다. 읍내 나갔다 돌아오는 길에 집사람이 갑자기 차를 세워달라기에 세웠더니... 여기서 부터 집까지는 걷겠단다. 3키로 남짓 거리다. 햇살이 좋다. 그러나 바람이 차다.
동태포와 서더리탕의 추억 읍내 시장에 가면 가끔 볼 만한 게 있다. 동태 포 뜨기. 한 마리 5.000원. 능수능란한 솜씨가 가히 예술이다. 달라면 서더리까지 몽땅 싸서 준다. 대가리, 뼈다귀, 알, 이리... 안가져간 사람 몫까지 툭툭 잘라서 푸짐하게. 재래시장 어물전의 이방인, 한 남정네가 오늘따라 동태전보다 서더리탕에 관심이 기우는 건, 지난날 소주 한 잔의 추억 때문일 것이다. 겨울로 돌아가나, 갑자기 날이 다시 추워졌다. 이런 날... ... 역시 알싸한 서더리 매운탕이 제격.
(歲暮斷想) 도내나루의 어제, 오늘 '복덕방'은 나를 연포, 채석포, 안흥 방면의 관광지대를 먼저 데리고 갔다. 서울서 왔다니까 전원주택지를 찾는 큰손으로 알았던 듯. 몇 군데 물건을 보여주었으나 마뜩치 않았다. 해는 저물고, 돌아오려는 데 올라가는 길도라며 자기집 근처 마지막 한군데를 안내했다. 뒤로 바다가 보이고 앞으로 넓은 뜰이 있는 곳. 안마을로 돌아내려가니 옛 나루터가 있었고, 개펄이 있고, 작으나마 모래톱이 있어 소나무 그늘을 의지해 누군가가 느긋하게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이 광경이 내마음에 꽂혔다. 나의 소망은 조그만 귀촌이었다. 그동안 복덕방을 거쳐간 손님들, 아무도 거들떠 보지않았던 곳을 내가 선뜻 매매계약을 결정하자, "땅은 역시 주인 따로 있다" 며 한 건 올린 안도감에 젖은 '복덕방'의 표정과 그 한마디가 지금도 생..
고엽과 낙엽 성탄절 한파... 수은주가 하룻밤새 영하 10도 언저리로 곤두박질 쳤다. 바람마저 분다. 체감온도는 더 내려간다. 이럴 땐 앞산 솔밭길이 최고다. 소나무 숲이 병풍으로 바람막이다. 무리해서 논길을 걸으며 들판의 질풍에 맞설 이유가 없다. 걷기운동 복장도 완전무장으로 달라졌다. 솔밭길도 여러 갈래다. 평소 자주 안 걷던 길을 걸었다. 켜켜이 낙엽이 쌓였다. 마른 나뭇잎 사각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걸었다. 맹감나무 빨간 열매가 눈에 띈다. 염주 같은 이 열매는 또 이름이 뭔가. '고엽' 하면 처절했던 월남전 이미지도 있지만 이브 몽땅의 '고엽'이 먼저 떠오른다. 落葉이라 해도 될 걸 왜 굳이 枯葉이라 고집할까? 멋일까? 고엽 ... 낙엽이 나뒹굴어요 낙엽이 나뒹굴어요 추억과 후회도 마찬가지로 북풍이 낙엽들을 ..
이웃 사촌, 궁금한 것도 많아라... 마을 안길을 집사람이 앞서 가고 내가 뒤쳐져 지나가면 "왜 따로 가느냐? 고 궁금해 한다. 걷기운동을 할 때 그렇다. "각시(충청도선 마누라를 각시라 한다), 금방 앞에 가던디 왜 혼자 가슈?" 하며 의아해 한다. 집에서는 같이 출발해도 코스가 다른 건 둘째, 보폭이 다르고 속도가 달라서 같이 걸어가면 피차 운동이 안되기에 집사람은 집사람대로 나는 나대로 따로 걷게 된다. 부부라면 당연히 나란히 함께 가야 하는 게 이웃들의 시각에서 통념이다. 무언가 손에 들고 지나가면 "뭘 가지고 가느냐?", "어디서 났느냐?" 는 둥 기어이 내용물을 뺏듯이 들여다보고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 우리 이웃들이다. 남녀 불문, 열이면 열 사람 그렇다. 다들 왜 그렇게 궁금해할까. 궁금하다는 건 관심이다. 따뜻한 ..
전통시장 축제... '가는 날이 장날' 가는 날이 장날... '친구 얼굴이나 보러 찾아갔더니 하필이면 장날이라 장에 가고 없더라' 라는 부정적인 의미, '읍내 출입을 했는데 마침 장날이라 평소 생각하던 물건을 살 수 있었다' 는 긍정적인 의미, 두 가지가 있다. 오늘 읍내 나갔다가 전통시장을 지나오게 되었다. 상가 중앙통에 공연 무대가 차려져 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뭔가 행사준비에 바쁘다. 코로나 시절인 데다 영하의 이 한 겨울에 축제분위기가 날까. 축제를 함께 못해 유감이었다. 상가 골목을 돌아 나오는데 상호가 '꽃보다 정과'. 좌판에서 내 눈에 확 띄는 한 가지... 편강. 자주 다녀도 이런 가게가 여기 있는지 평소에 몰랐다. 시장 어귀의 통닭집에서 집사람의 치킨까지 보태 오늘 하루 먹거리는 풍성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