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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村漫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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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수선화를 보면서 앞 마당에 수선화가 피었다. 10년 전에도 그 자리였다. 석류나무, 감나무도 그 자리. 돌 물박지도 그대로. 개나리 울타리도 노랗게 그대로. 달라진 게 없다... 달라진 건 나. 주름살이 늘었다.
농심은 잠 자면서 빗소리를 듣는다 이웃에 힘을 빌어 트랙터로 밭을 갈고 인력시장에서 인부들을 데려다 퇴비 거름을 뿌리고 비닐 멀칭을 하루에 동시에 해버렸더니 속이 시원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이제부터는 모종을 심기만 하면 된다. 봄바람이 하두 거세기에 씌운 비닐 멀칭이 바람에 벗겨질 염려는 있다. 자리 깔아 놓으면 드러눕고 싶다고... 가지런히 정리가 된 밭을 보니 뭔가 빨리 심어보고 싶은 마음이 농부의 마음, 농심이다. 부러진 괭이 삽 자루도 살 겸 읍내 나간 길에 모종시장을 둘렀다. 모종 시장이라 기에는 아직 일러 스산했다. 단골집 모종 아지매를 만난 김에 봄 배추모종과 상추 모종을 샀다. 밭 갈고 심는 첫 작물. 배추모종. 햇살에 땅에서 올라오는 지열이 손바닥으로 따스하다. 흙냄새가 살풋 향기롭다. 해마다 이맘 때면 느끼는 자..
마늘밭,양파밭... 김매기 끝 동밭은 마늘 밭과 자주 양파밭이다. 봄철이 되자 비닐 멀칭 안에서 쑥, 개불알꽃, 솔쟁이, 냉이, 현호색, 광대나물 등 온갖 잡초가 다투어 무섭게 자랐다. 물 한병 들고서 매일 아침이면 여기로 출근했다. 하얗게 서리가 내린 멀칭 비닐을 걷어내 가면서 꾸부려 앉아 손으로 뽑았다. 콩나물 시루에서 콩나물 뽑듯이 뽑아냈다. 짜투리라 열댓 평이나 될까 크지 않은 밭인데도 쉬엄쉬엄 나흘 걸렸다. 물 주고 웃거름 주는 걸로 오늘 마무리 했다. 보기에도 시원하게 이렇게 달라졌다. 농사란 이런 것. 다들 농약 제초제를 일찌감치 뿌려 주면 간단하다는데 귀밖으로 흘려 듣는다. 지난 주에 큰 밭 서쪽으로 비닐 하우스 옆 서너 평 자주 양파 밭을 시작으로 착수한 김매기가 오늘로서 대단원 일단락되었다. 잡초 등쌀에 마늘 한 톨..
일하면서 걷는다 어젠 밭갈이를 끝냈다. 오늘 8시 쯤에 밭에 출근했다. 아침나절은 밭에 살았다. 밭에만 오르락내리락 왔다 갔다 하는데도 3.080보. 오후에는 앞뜰을 걸었다. 논길을 걸으면서 올려다 보니 우리집 울타리에 개나리가 만발했다. 하룻동안 모두 7.197 걸음을 걸었다. 일하면서 걷는다. 오늘 하루, 바로 이 순간이 花樣年華.
오늘은 용쓴 날, 밭갈이 하는 날 열흘 전 쯤 안마을 버갯속 영감님댁 김 계장에게 밭갈이를 부탁했는데 오늘이 그 날이다. 하룻 만에 비닐 멀칭까지 해치웠다. 후련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 도와주는 이웃의 정이 고맙고 역시 돈이 사람을 편하게 해준 하루였다. 작년까지는 이웃 박 회장에게 부탁을 했었다. 트랙터로 밭갈이를 해주고 가면 내가 며칠을 두고 쉬엄쉬엄 비닐 멀칭을 했어야 했다. 중간에 봄비라도 내리면 흙이 단단하게 굳어져 삽질이 힘들어 낭패나기 일쑤였다. 김 계장이 새벽 여섯 시에 읍내 인력회사 에 나가 인부 2명을 '힘들게 겨우 모셔왔다'. 아침 식사도 같이 했다. 우리집에 도착한 시간이 7시 반. 일과는 오후 다섯 시까지다. 인력시장의 규약이 그런지 총알같이 하던 일 멈추고 땡이다. 읍내까지 김 계장이 다시 모셔다 주었다. 농번..
하얀 나비, 흰 민들레 축대 아래 양지 바른 밭둑에 하얀 민들레 한 송이가 처음 피었다. 민들레 옆에 갑자기 날아든 나비 한 마리. 봄에 취했나, 벌렁 드러누웠다. 춘삼월이라지만 꽃샘 추위가 가시지 않았다. 겨우내 어디 있다가 날아왔을까? 오늘밤이면 돌풍 비바람이 남쪽에서 몰려온다는데 걱정스럽다.
들판에도 거울이 있다 오늘도 걷기운동 외출 행장을 갖춘다. 나가기 전에 반드시 거치는 습관. 앞산 솔밭에 소나무 가지들이 흔들리는 추임새를 점검하는 일이다. 들판에 바람의 세기를 가늠한다. 핸드폰에 뜨는 일기예보는 믿을 게 못된다. 걷다 보면 들판에도 군데군데 거울이 있다. 교통반사경. 나를 비춰본다, 집에서 잘 안 보던 거울을.
옥수수, 오늘도 석양에 물들다 오늘도 석양에 흰 찰 옥수수. 밭에서 잘 익은 옥수수를 따다가 앞 창가에 걸었던 게 지난해 늦은 가을이었다. 그동안 몇 날인가. 타는 저녁놀 짜투리 햇살에 노랗게 노랗게 다시 영글었다. 해마다 이맘 때면 서너 번 옥수수 뻥틔기로 이미 소진되었던 터. 이번 추위 풀리면 깐 옥수수 들쳐 메고 읍내 장터 허리 꼬부라진 뻥 영감 안부도 물을 겸 뻥 하러 한번 나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