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歸村漫筆

농심은 잠 자면서 빗소리를 듣는다

 

 

 

 

 

 

 

 

 

 

 

 

이웃에 힘을 빌어 트랙터로 밭을 갈고 인력시장에서 인부들을 데려다 퇴비 거름을 뿌리고 비닐 멀칭을 하루에 동시에 해버렸더니 속이 시원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이제부터는 모종을 심기만 하면 된다. 봄바람이 하두 거세기에 씌운 비닐 멀칭이 바람에 벗겨질 염려는 있다. 

 

자리 깔아 놓으면 드러눕고 싶다고... 가지런히 정리가 된 밭을 보니 뭔가 빨리 심어보고 싶은 마음이 농부의 마음, 농심이다. 부러진 괭이 삽 자루도 살 겸 읍내 나간 길에 모종시장을 둘렀다. 모종 시장이라 기에는 아직 일러 스산했다. 단골집 모종 아지매를 만난 김에 봄 배추모종과 상추 모종을 샀다.

 

 

 

밭 갈고 심는 첫 작물. 배추모종. 햇살에 땅에서 올라오는 지열이 손바닥으로 따스하다. 흙냄새가 살풋 향기롭다. 해마다 이맘 때면 느끼는 자연의 경이로움이다.

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봄 배추모종 70 개를 단숨에 심었다. 물을 주었다. 모종 아지매가 덤으로 준 모종까지 상추 모종 두 가지 50 여개는 내일 심기로 했다.

 

 

 

 

 

아침 잠결이다. 잠을 깼다. 처마를 따라 홈통을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분명 크게 들렸다. 빗 소식 일기예보가 있긴 했어도 허탕을 친 예보가 한 두 번이 아니어서 기대를 하지 않았다. 

 

작물 심고 비 오면 물조리개로 물 열 번 주는 거 보다 낫다. 작물도 작물이지만 비닐 멀칭이다. 곧장 비가 오면 밭고랑을 따라 양쪽으로 눌러 준 흙을 단단하게 고정시켜 바람에 날려 벗겨질 염려가 없다. 이 비야 말로 제때 내려주는 고마운 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