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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의 팡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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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져 가는 <독서의 계절> 뭣에 그리 쫓겼는지 그동안 너댓 쪽 읽다 덮어두기를 반복했었다. 읽으려니 사흘 만에 다 읽었다. 을 사다 둔지 달포 만이다. 천고마비 어쩌고 하며 독서 주간까지 있던 시절은 지나간 먼 옛날 얘기. 갈수록 책이 손에 안 잡힌다.
쑥개떡, 가을비는 내리고... 우중충하게 비가 내린다. 내일까지 내린다니 가을 문턱에 사흘 동안은 적지 않은 비다. 이맘 때 오는 비를 흔히들 ' 가을을 재촉하는 비 ' 라고들 한다. " 이런 날 쑥개떡이나 한번 해볼가... " 하며 집사람이 봄에 장만해둔 쑥이 있음을 암시했다. 서리태가 짱 박힌 쑥개떡이 자태를 드러내기까진 그다지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 먹음직스런 쑥개떡을 앞에 두고 뜬금없이 ' 개딸 '이 연상되는 건 웬일 일까? 정치인 주변에 빌붙어 공생하며 어슬렁대는 팬덤 집단은 폭력배 수준이다. 50년대 정치 깡패와 다름없다. 하필이면 개 딸?! 우리 정치를 희화화해도 유분수지. 오염될 대로 오염된 정치 풍토를 정화하기 위해서 사회악을 조장 거짓 선동하는 행동대 빠들 부터 하루 빨리 척결해야 이유다.
소 시민으로 산다는 것 일찍이 어느 경제인이 '우리 정치는 4류' 라고 일갈했다. 30년이 지난 지금, 어떤 가? 고 고 마운틴... 갈수록 태산. 정당 대표라는 탈을 쓴 자들이 보여주는 형태는 하나같이 가관이다. 어느 정당은 유사 조폭 집단이지 상식적인 정당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이래가지고서야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안보려고 해도 보이는 정치를 보는 국민은 피곤하다. 정치라는 서비스가 유권자인 小市民을 위무해주는 그런 평범한 날은 요원한가? ... ... '오늘은 LG트윈스가 이겼다! ' 소시민이 프로 야구 한 게임 한 게임에 환호는 이유다. (야구중계를 보다가...)
감동한다는 것 보름전 쯤, 울산과 부산 사는 친구와 60년 세월을 건너뛰어 전화 통화를 했었다. 어젠 이 친구들이 전화번호를 주어 권용행 군과 목소리로 안부를 나누었다. 권 군은 가업을 이어받고 옛날 그 집에서 고향을 지키고 있었다. 오랜 친구... 죽마고우란 이럴 때 쓰는 말일가. 다들 60년도 훌쩍 넘었다. 전화로 어릴 적 추억을 풀어 낼 수는 없었다. 통화를 한 뒤 그 감흥을 되새기며 곧장 보내온 카톡에서 이 친구는 전화로 '전화통화를 축복'이라고 했다.
8평에서 45평...국회의원 회관 변천사 1971년, 나의 첫 직장은 세운상가에 있는 국회의원 회관이었다. 그 해 4.27 7대 대통령 선거와 5.25 8대 국회의원 선거가 연달아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경남 진주 진양을 선거구로 하는 국회의원 후보자의 선거운동에 참여했는데 당선 직후 서울로 올라와 비서로 근무하게 되었다. 국회 사무처 소속 공무원이 된 것이다. 사무실은 국회의원 204명에게 배정된 8평 짜리 였다. 통칭 '세운상가' 라지만, 을지로와 퇴계로 대한극장 사이는 풍전상가, 신성상가, 진양상가 건물로 이름 지었다. 5개 층을 빌어 1968년 7월, 국회의원 회관으로 개관했었다. 1948년 정부 수립 후 20년만에 마련된 우리나라 첫 국회의원 합동 사무실이었다. 청계천 고가도로 건설, 여의도 윤중제 공사와 더불어 세운상가는 당시 ..
노부부 그리고 '아내와 나 사이' 아내와 나 사이 이생진 아내는 76이고 나는 80입니다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툰 사이입니다 요즘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 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누구 기억이 일찍 돌아오나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은 서서히 우리 둘을 떠나고 마지막에는 내가 그의 남편인 줄 모르고 그가 내 아내인 줄 모르는 날도 올 것입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가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 그것을 무어라고 하겠습니까 인생? 철학? 종교? 우린 너무 먼 데서 살았습니다 꼭 10년 전이다. 2012년 7월 12일. 태안 읍내 출입에서 돌아오는 길에 인평리에서 만났던 그림. 노부부가 걸..
바람 부는대로... 물결 치는대로... 태안에 살면서도 서산이 가깝게 느껴지는 건 코 앞에 팔봉산 때문이다. 제1봉은 갓머리를 닮았대서 감투봉이라 한다. 우럭바위 2봉을 지나 제3봉이 정상이다. 8봉까지 이어지는 능선이 뚜렷하다. 본래 9봉산이었는데 8봉산으로 바뀌자 봉우리 하나가 '구봉 구봉' 하며 울었다는 전설. 동으로 팔봉산이면 남쪽으로 산등성이를 몇 구비를 건너지나 멀리 백화산. 지리산 반야봉이랄가. 바가지 두 개를 무심코 엎은 듯 봉우리만 보인다. 태안의 진산이다. 찰랑찰랑 도내 앞 뜰은 초록 물결. 푹푹 찌는 한더위가 논 벼엔 더 없는 보약. 풍년 예약이다. 마파람에 넘실대며 춤춘다. 일본에서 아베 전 수상이 피살되고, 집권여당 대표가 윤리위에서 낙마했다. 사모관대가 허업이며 반야바라밀다 오온이 개공이라... 감투봉, 반야봉이 다가..
잡초 본색 동쪽 솔밭에서 떠오르는 아침 해. 게다가 바람 한 점 없다. 마당에 감나무 느티나무, 이파리 하나 까딱 않는 무풍지대. 장마전선이 멈칫하는 사이에 아침 눈부신 햇살은 찜통의 하루를 예약한다. 덥다고 손을 놓을 수 없는 일상이 농부다. 불볕더위 오뉴월에 그나마 시원한 아침에 맨 먼저 하는 일과는 예취기를 드는 일이다. 엔진소리 드높이며 오늘도 잡초를 깎았다. 가뭄 때는 쥐죽은 듯 땅에 엎드려 있었다. 몇차례 장맛비에 제 세상을 만났다. 애씨당초 제초제를 뿌리지 않는 이상 예취기가 약이다. 기세 등등한 잡초를 예취기 칼날이 단숨에 제압한다. 모난 놈이 정 맞는 꼴이다. 이런 부류들이 어디든 존재한다. 인간세계라고 예외는 아니다. 생존본능의 아사리판에 때로는 끈기의 상징으로 미화되기도 하나 가까이 하기엔 잡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