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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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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구영신... 임인년 책력 새해맞이는 책력을 사는 걸로부터. 소한 대한이 아직인데... 입춘인가. 대문간에 홍매는 벌써 봉긋 봉긋.
변덕스런 봄 날씨 어제까지 바람 불고 오락가락 비가 내렸다. 사흘만에 활짝 갰다. 대파꽃이 피었다. 벌이 날아들면 꽃이다. 꿀이 있다.
서울 다녀왔더니... 성큼 소나무 숲 오솔길에서 진달래를 꺾어들고 산봉우리에 급히 올라 구름에 앉아보니 수많은 촌락이 여기저기 널려 있네. 안개와 노을, 빛나는 햇살은 비단을 펼쳐놓은듯 거뭇하던 들판에 봄빛이 완연구나... 상춘곡의 끄트머리 부분이다. 울긋불긋 봄은 초록으로 말한다. 거뭇거뭇하던 세상이 온통 푸르다. 어느듯 신록이다. 5월이 성큼.
배꽃, 동백은 하롱하롱 바람에 지고 낙화(落花) 이 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이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인 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호박 구덩이를 파면서... 박, 조선누렁대호박, 맷돌호박을 심을 자리다. 밭갈이 할 때 트랙터가 지나가지 않은 밭 가장자리 여기저기 후미진 곳이다. 비가 온 뒤 땅이 말랑말랑 할 때 파야 한다. 되도록이면 깊이 넓게 파서 퇴비 거름을 미리 덤뿍 넣어둔다. 특히나 박이나 호박은 거름을 좋아한다. 박, 호박 모종을 모종시장에서 사다 심는 건 이 달 말쯤. 대박. 해마다 이맘때, 호박 구덩이를 팔 때면 올핸 얼마나 큰 놈이 열릴까 일찌감치 기대가 만발이다... 읍내 모종시장이 흥청거릴 때가 되었다. 한번 나가봐야지.
사흘 꼬빡 걸렸다, 모종 만들기 야콘 130개, 토란 70개, 까만땅콩 100개, 빨강땅콩 120개, 흰땅콩 95개, 해바라기 100개. 사흘동안 만든 모종 갯수다. 싹이 트는 걸 봐가며 앞으로도 얼마간 계속 만들 것이다. 밭에 직파해도 되지만 모종을 만들어 심는 편이 미덥다. 파릇파릇 빠끔빠끔... 지금부터 시차를 두고 갓 돋아나는 새싹,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모종을 보는 건 농사의 또다른 기쁨. 농부는 이 맛이다. 야콘 토란 까만땅콩 빨강땅콩, 흰땅콩 옥수수 해바라기
감자밭에는 단비였다 비닐하우스에서 모종 작업을 하다 내려다보니 감자밭 고랑에 빗물이 흘러간다. 언덕바지 아래로 간사지 뜰이 보인다. 수로가 보인다. 곧 모내기철이다. 물을 가두어 모내기에 대비해야 한다. 이번 비는 단비다. 이제 막 돋아나는 감자 순을 터주고 복토를 해주고 있다. 8할 정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번 비에 빗물이 흠뻑 스며들어가 감자에 생기가 돈다. 이제부터 하루가 다르게 부쩍부쩍 자랄 것이다.
앵두꽃, 봄비에 젖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