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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치미의 추억 한겨울 밤에 숭덩숭덩 썰어서 담은 양푼이에 얼음 알갱이가 버석거리는 동치미를 먹어본 적이 있는가. 동치미 딱 한가지. 오십여 년 전 시골이다. 군것질거리가 없는 긴긴 겨울 밤에 호롱불 아래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런 저런 이야기 해가며 먹었던 그 동치미를 기억한다. 어둡기 ..
메주의 향기 촌스럽기는 메주 만한 게 더 있나. 메주에서 슬슬 아름다운 향기가 난다. 메주가 하는 말- 나도 고향이 있다. 처마 밑에 볏짚 네가닥에 매달린 메주가 갈수록 묵직하다. 메주가 마르다 뜨고있다. 쩍쩍 갈라진 틈새로 보일듯 말듯 하얀 균주가 실낱처럼 피어난다. 메주에서 무슨 향..
매너리즘 깨기 안주해 왔던 우리의 정치 매너리즘이 시험대에 올랐다. 제헌국회부터 시작해 18대 이르기까지 6십 여년 동안 하향곡선을 그려온 정치 풍토에서 찾아온 지각변동은 어쩌면 올 것이 왔다는 느낌을 준다. 각성은 신선하나 갈 길이 멀어 보인다. 16세기 초 이탈리아에서는 미케란젤로,..
도내수로와 강태공 '쓰레기 제발'. 도내수로에 장승처럼 이런 글이 쓰인 전봇대가 있다. 팔봉산이 지척인데다 물색 좋고 조황이 좋아 사시사철 꾼들이 끊임없이 찾는 낚시터다. 그러나 일년내내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 마을 경로당 노인들이 바다지킴이를 구성해 종종걸음으로 허리를 꾸부려 치우나 늘 ..
강춘- '나의 라임오랜지나무' 마치 철이 든듯 나는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거실 뒤주 위에 놓여있던 그림을 옮기다가 우연히 액자 뒷면에 씐 글씨를 발견했다. '나의 라임오랜지나무'. 6년 전 강춘님이 주신 작품이다. 태안 우리집에 오시면서 가져다주셨는데 무심코 받아두었던 것이다. 그럼 나무에 앉아있는 아이가 ..
감태 말리는 길 도내나루로 내려가는 길목에 감태 말리는 발이 줄을 섰다. 물때에 맞춰 감태 매러 가는 오토바이 엔진소리가 골목을 울린다. 갯골 눈발 속에서 걷어 바닷바람에 말린 감태가 제일 맛있다. 지금 도내리는 감태의 계절이다.
I ♡ U 나 만의 시무식. 오늘 새벽. 눈 내린 평석에 새긴 글. 2012 I ♡ U
염불 하기 새해 정초부터 계속 눈이 내린다. 세상이 조용하다. 바깥 나들이 대신 마침 일거리 하나를 찾았다. 추위가 오기 전에 묻을 무는 땅에 묻고 남은 무가 있었다. 더 두면 아무래도 바람이 들것 같아 무말랭이를 하기로 했다. 모처럼 날이 개기에 노니 염불한다고 아침나절 내내 썰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