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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치미의 추억

 

한겨울 밤에 숭덩숭덩 썰어서 담은 양푼이에 얼음 알갱이가 버석거리는 동치미를 먹어본 적이 있는가. 동치미 딱 한가지.

오십여 년 전 시골이다. 군것질거리가 없는 긴긴 겨울 밤에 호롱불 아래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런 저런 이야기 해가며 먹었던 그 동치미를 기억한다. 어둡기 전에 먹은 저녁밥 뒤에 오는 겨울 밤이 어찌 그렇게 길었던가.

이슥해질 무렵에 슬며시 일어서서 조용히 여닫이문을 열고나가시던 할머니의 뒷모습이 생생하다. 잠시 후 무언가를 들고 오신다. 생고구마, 홍시, 때론 곳감이다. 이건 할머니만이 할 수 있는 권리이자 의무라는 걸 뒤에 알았다.

출출한 밤에 그 맛. 그 중에서 나는 동치미가 가장 생각난다. 지금은 추억마저 잊어가는 시대. 오늘 장독에서 갓 꺼낸 동치미를 바라보며 추억의 한자락을 끌어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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