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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날씨 타령

 

 

 

오늘따라 더디 날이 샌다싶어 잠자리에서 미적대다 일어나 앞창의 커튼을 걷으니 마당에는 제법 눈이 쌓였고 눈갈기가 가당챦아 새벽녘에 기왓장 사이에서 천정으로 마른 흙 떨어지는 소리가 역시 모다 이유가 있었다.  함박눈 잇달아 포슬눈이 번갈아 내린다.  금새 진눈깨비로 돌변한다.  아침나절 내내 이런 식이다.  두시 전후면 나가는 산봇길도 막는다.  올 겨울 들어 그렇찮아도 노루꼬리 게으름이 깊어 이제 여우꼬리로 뻗친 터라 어라 잘 됐다 은근히 날씨타령을 하며 주저앉는데 뜻밖에 햇살이 배시시 돋는다.  다시 주섬주섬 외장을 한 다음 출발하려니 금새 희뿌연 눈안개에 싸락눈인지 우박인지 나를 놀린다. 아무래도 오늘은 하며 눌러썼던 비니를 저만치 내던지고 행장을 푼다.  무슨 날씨가 이러나.  정초의 기상이 야릇하다.  신발 끈을 묶는다 싶으면 절로 신이 나서 서너 바퀴를 순식간에 뱅뱅 돌고선 먼저 대문간 앞으로 쏜살같이 달려나가 빨리 오라는 시늉으로 털부숭이 흰 꼬리를 상고돌리기 하듯 열심히 흔드는 빽빼기 녀석의 마음만 잔뜩 감질나게 하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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