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용상이 있다. 나는 용상에 앉아 밥을 먹는다. 가끔 스탠드 바에 앉은 기분을 내기도 한다.
용상이 마련된지 9년이 되었다.
9년 전 집을 지을 때 대들보에 상량문을 내가 썼다. '버갯속영감 교유기'에 당시의 상황을 나는
이렇게 기록했다. (블로그 카테고리 중 버갯속영감 교유기 (3) 상량 부분 참고 바람)
상량을 하는 아침이었다. 오월의 하늘은 푸르고 쾌청했다. 도목수가 상량문을 쓸 수 있도록
전동 대패로 정성들여 밀어주었다. 나는 자투리 나무에다 첫 글자인 ‘龍(용)’자를 연습삼아
써보았다. 오랜 만에 잡아보는 붓인데도 그다지 설지는 않았다. 나는 다소 긴장하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붓에 먹물을 듬뿍 찍어 망서림 없이 써 내려갔다.
‘龍二00四年 五月十四日 立柱上樑龜’
연습삼아 한번 써본 龍자 글자가 쓰인 자투리 나무 의자가 나에게는 용상이다. 올해는 용의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