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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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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골의 수수께끼 샘골. 먼 먼 옛날. 이곳 태안의 발상지. 벼르다 오늘 처음 가 보았다. 백화산 자락이 남녘으로 둘러싼 천연의 요새. 샘골에서도 가장 깊은 골짜기. 어느 음식점의 뒷 마당. 영락없는 코끼리 형상의 바위. 인도 쪽을 보고 있단다. 코끼리 정수리에 박힌 상흔. 처음 보는 순간 나는 앗찔했다. 한뼘 길이에 ..
귀촌일기- 심거봐유 버갯속 영감님 댁 할머니가 양파 모종을 심고있습니다. 바로 우리 집 뒤 밭입니다. "남았으니께 가져다 심거봐유... 심을 데 있으무.' 아침 나절에 마침 로타리를 쳤습니다. 심을 자리는 얼마든지 생겼습니다. '안 늦었슈. 지금 심거먼 봄에 한참 먹을기유.'하며 얼마전엔 쪽파 씨도 받아둔 ..
추분 오늘이 추분. 물안개를 걷어내며 아침 해가 솟았습니다. 팔봉산 능선이 든든합니다. 그러나 황금 들판은 보이질 않군요. 어제 도내나루터의 일몰입니다. 쌍섬이 노는 사이에서 거룻배가 심심합니다. 충청도 가로림만의 저녁 한 땝니다. 양양 앞 바다의 일출입니다. 얼마전 동해안을 다녀왔습니다. 서..
귀촌일기- (29) 약속 약속 (29회분) 영감은 무덤덤했다. 비문을 읽는 영감의 표정을 보며 나는 씁쓸했다. ‘온갖 역경을 무릅쓰고 오직 지역사회 발전과 주민 생활 향상을 위하여 한 몸 바친 공적은 필설로 다 표현할 수... ... 이에 우리 주민 일동은 공(公)의 갸륵한 공적을 영원히 기리기 위하여 정성을 담아 ..
귀촌일기- (24) 잡초 잡초 (24회) 오늘은 그야말로 화창했다. 워낙 지루한 장마였다. 비 한 방울 없는 마른장마는 관두더라도 올 장마는 비가 유달리 잦았다. 유월부터 달포가량 주중과 주말에 정해진 규칙처럼 비가 내려 갠 날이 없었다. 해가 쨍쨍 내리 쬐도 될 가 말 가 할 때 하늘 때문에 가을걷이 걱정이 태..
귀촌일기- (22) 서리 서리 (22회) “형철씨 있는감?” 버갯속 영감 목소리가 얼핏 들렸다. “있남? 있남?” 이내 현관문이 요란했다. 열어보니 버갯속 영감은 들숨날숨이었다. “어이구, 허리야.” “아이고예, 갑자기 무신 일입니꺼? 들어오시이소.” “어이구... 저 밑에서... 보니께잉... 차가... 있데.” 영감..
귀촌일기- (17) 각방(各房) 각방(各房) (17회) 포도나무의 움이 몽실몽실 부풀었다. 지주의 전선줄을 따라 줄기가 힘차게 뻗어나갔다. 겨우 내 깻묵과 겨를 섞어 묵혔던 거름을 이른 봄에 듬뿍 주었다. 내 정성을 알아본 듯 송알송알 포도송이가 탐스럽게 달렸다. 하루가 다른 양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않을 만큼 귀여..
귀촌일기- (16) 똥 똥 (16회) 농사는 시절을 다투었다. 곡우, 망종에 뿌리고 백로, 상강에 거둔다. 동네 사람들의 잰 발걸음에 나도 맘이 바빠졌다. 외지인 땅도 놀리지 않았다. 하물며 내 땅이야. 동네 사람들의 눈이 있어 조바심이 났다. 초보 농사꾼으로 의욕이 넘쳤다. 잡히는 게 일거리고 보이는 게 할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