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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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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일기- 귀촌의 덕목: 노여워 마라 지난 유월, 태양광 발전 설비가 녹이 슬어 재시공을 할 때도 그랬고, 며칠 전, 반년이나 걸린 자동차 브레이크 패드 고장 수리도 그랬다. 한번 A/S를 받으려면 시공을 초월한 여간한 인내심으로 달려들지 않으면 목적을 달성할 수가 없다. 인내심에는 화를 참는다는 덕목이 들어있다. 일일..
귀촌일가- 변덕스런 날씨에 대하여 어제 딴 고추는 세물 째 고추다. 세물 째 고추가 씨알이 제일 굵다고들 한다. 갑자기 하늘이 돌변하여 우닥비가 후두둑 떨어지는 바람에 고추 따는 걸 중단하고 철수했는데 잠결에 비가 들이치는 소리가 하두 요란하기에 문 열고 나가서 고추 바케쓰를 현관 안에 들여다 놓았다. 아침 햇..
귀촌일기- '3천량'은 갈갈이상추였다 채소 모종을 팔면서 채소 이름을 모르는 모종장수 아지매였다. 들어도 까먹은 건지, 아예 알 생각이 없었던 건지 '3천량집에 가서 물어보슈!'가 유일한 대답이었다. 장사 수완은 출중해 모종 시장을 압도하는 아지매는 세월이 흐른 12년차 단골이다. 내가 보기에 그동안 아주 많이 유식해..
귀촌일기- 신랑이 부르는 결혼 축가 친정 조카 결혼식이어서 고속도로를 쉬엄쉬엄 올라간 서울은 역시 만원이더라. 한양 간 김에 나는 병원에 들러 진찰도 받고, 머리방 앞에서는 주정차 위반인지 조마조마 하며 대기해야 하더라. 신랑이 부르는 결혼 축가는 처음 들어본다. 이럴 때 세상 많이 변했다라고 할 수 밖에 없다. ..
귀촌일기- 고사리, 감자꽃 아침이슬에 수줍은 고사리가 눈에 삼삼하다. 하룻밤 한나절 한양길도 좀이 쑤셔서 재빨리 발길을 돌리는 이유는 여기도 있다. 거의 한달동안 새벽에 첫 일과는 집 건너편의 언덕바지에서 고사리를 꺾는 일이다. 매일같이 두어줌씩 꺾어다 데쳐서 말려서 장만해두는 일은 귀촌 10년의 봄..
귀촌일기- 부녀회 관광, 어디로 갔나? 오늘은 부녀회 관광 떠나는 날. 부녀회 총무인 은경이네집을 몇차례 오가더니 날짜가 결정되고 서울로 확정되었다. 어지간히 알려진 곳이라면 어느 지방 구석구석 안가본 곳이 없는 부녀회 봄나들이가 서울이 된 건 의외였다. 버스 한 차에 딱 좋다며 38명의 부녀들은 새벽밥 서두르며 희..
귀촌일기- 땅도 힘 빠지면 객토를 한다 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건 흙이었다. 15톤 덤프로 한 대 분량. 동네에 객토 바람이 불었다. 본격적인 밭갈이를 앞두고 흙을 나르는 덤프 차들이 부지런히 오간다. 객토란, 논이나 밭에 다른 곳의 흙을 갖다부어 지력을 향상시키는 걸 말한다. 농사 짓는 땅도 오래 지나면 힘이 빠지므로..
귀촌일기- 서울은 싫어,시골이 좋아 꽃만 꽃이더냐. 노오란 속살을 드러내며 되바라진 배추가 꽃이다. 오늘 채마밭으로 내려간 건 갓 때문이었다. 그동안 눈이 많이 녹았다. 눈밭에서 건진 청갓. 올해는 김장 김치는 안하는 거다. 그때그때 '隨時 김치'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 방침의 의사결정은 내 소관이 아니라 오로지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