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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村漫筆

귀촌일가- 변덕스런 날씨에 대하여

 

 

 

 

 

 

 

어제 딴 고추는 세물 째 고추다.

세물 째 고추가 씨알이 제일 굵다고들 한다.

 

갑자기 하늘이 돌변하여 우닥비가 후두둑 떨어지는 바람에

고추 따는 걸 중단하고 철수했는데

잠결에 비가 들이치는 소리가 하두 요란하기에 문 열고 나가서

고추 바케쓰를 현관 안에 들여다 놓았다.

 

 

 

 

 

 

 

아침 햇살이 개운찮기는 하나 어제 따다만 고추를 마저 따서

자리를 펴고 마당에 내다 말렸다.

 

그것도 잠시, 빗방울이 떨어진다.

 

널어놓은 고추를 부랴부랴 쓸어 담았다.

 

검은 구름이 깔린 형세와 심통으로 보아

이내 누그러질 기세가 아니다.

 

서재 창가의 오죽이 흔들린다.

비바람이 친다.

 

오늘 밭일은 틀렸다 하고

하우스로 내려갔다.

 

 

 

 

 

 

얼마 전 서울 갔을 때 사다놓은 봉지를 풀었다.

유화 재료다.

 

작년에 사다둔 캔버스도 끈에 묶인 채

그대로 있다.

 

 

 

 

 

 

 

 

지난 해 그리다 만 그림 앞에 앉았다.

 

물감 마개가 단단히 굳어 있다.

뻰찌를 갖다대고 비틀어 겨우 열었다.

 

 

 

 

 

 

어느새

날이 갠다.

 

햇살이

손짓한다.

 

밭으로

불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