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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방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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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일기- 귀촌 풍속도: 생강, 모과청 만들기 요즘 온동네가 생강 캐기에 바쁘다. 생강을 재배하지 않기에 생강 철이 되면 이웃에서 맛이나 보라며 나눠주는 생강 만으로도 우리집은 생강이 넘쳐난다. 생강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야 부대에 담아 통째로 생강 굴에 넣어 갈무리 하지만, 어정쩡하게 잘못 간수했다가는 자칫 곰팡이가 슬..
귀촌일기- 해질 무렵에 찾아온 손님과 상량보 어제 저녁 무렵이다. 해가 떨어지고 어둑어둑해 지는데 마당에 있는 빽빼기, 진돌이 개 두 마리가 난리를 치며 짖어대길래 내다보니 손님들이 찾아왔다. 두 손님은 내외였다. 건너 마을에 사는 가 00로 자기소개를 한 뒤 우리 동네 문 00의 친구인데 나한테 찾아가면 부탁을 들어줄 거라며 ..
귀촌일기- 84세 할머니의 '국빈방문 의상' '국빈 방문 의상'이라고 짐짓 장난기 어린 찬사를 보내면 84세의 옥향 할머니는 쑥쓰런 몸짓도 잠시 이내 밝은 웃음이다. 태안읍내 출입의 의상이 하두 진지하기에 만날 때마다 선뜻 나오는 인삿말이 자칫 무례가 아닐런지. 할머니는 복지관 한글 교실에 다니시는데, 월요일이면 나의 수..
귀촌일기- 팔봉산의 오청취당 시비 팔봉산 등산로를 오르기 시작하자 마자 오른편에 시비가 세워졌다. 吳淸翠堂 詩碑. 앞면에는 '自嘆'(스스로 탄식하여)이라는 제목의 시 한 수가 새겨져 있고 뒷면에는 '오청취당의 삶과 문학'에 대해 간단히 정리하였다. 오청취당(1704-1732)은 300여 년 전, 현재 평택 포승에서 해주 오씨 가문에서 태어나 22살에 충청도 서산시 음암면 유계리의 경주 김씨 문중의 김한량과 혼인하여 29살에 이생을 마감했다. 7년의 결혼생활동안 두 번 자식을 잃었고 가난과 병마, 고독으로 몸부림치며 살다간 18세기 초 조선시대의 여인이다. 짧은 삶 속에서 자신의 삶에 대한 단상을 182수의 한시로 담아냈다. '과거 시험을 몇 번 보았지만 관직에 오르지 못한 남편은 청취당의 고독한 정신세계를 무시했을 것이며 그녀를 더욱 슬..
귀촌일기- 옆집 아주머니는 쪽집게 무화과는 절로 벌어지고 호박꽃이 시들면 애호박이 자란다. 가을인가, 여름인가. 오늘도 새벽안개로 날이 밝는다. 지난 주는 무위도식이었다. 감기를 구실로 처음에는 쉬다가, 나중에는 혹시 덧칠끼봐 끝내 한주일을 괭이자루,삽자루 모두 던져놓고 지냈다. 할수록 많아지는 게 가을철 ..
귀촌일기- 가로림만의 밤바다 낚시 도내나루 바로 건너 구도항, 한적한 갯마을에 거대한 모래공장이 턱 버티고 있다는 건 '건설'과 '산업'이라는 측면을 백 번 이해하면서도, 볼 때 마다 나에겐 흉물이다. 게다가 어디서 모래를 싣고 오는지 모르지만 항공모함 같은 모래 운반선을 만날 때 마다 나를 압도한다. 바다낚시를 ..
귀촌일기- 팔봉면 프로그램 발표회 날의 소감 팔봉면은 서산시이고 우리집은 태안군이지만 바로 옆 동네다. 행정 편의상 지명을 달리하고 구역을 나누었다 뿐이지 사람 사는 일상사야 그럴 수 있나. 오고 가며 같은 마을이나 다름이 없다. 방죽 하나 건너면 닿는 팔봉 농협마트, 때로는 팔봉 보건소를 이용하고 하다못해 내 이발소도 ..
귀촌일기- 가을 가뭄에 물난리 났다 온 마을에 스프링 쿨러가 돌아간다. 대형 살수차가 동원되었다. 들깨밭에도, 생강밭에도 물을 준다. 들깨꽃이 한창 피어야 할 때 시들어 말라버리면 헛농사가 된다. 땅속에서 곧 생강 들어차야 할 때 가물면 자라지 않는다. 물난리다. 40년 만의 가을 가뭄이란다. 나도 물을 담아 싣고 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