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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村漫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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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일기- 수묵화 교실의 출석부 한 주일에 두 번 나가는 수묵화 교실을 내리 다섯 번을 빼먹었다. 여행 준비한답시고 한 번, 여행에 두 번, 갔다 와서 밀린 농삿일 한다는 핑계로 두 번. 별다른 이유없이 연달아 세 번 빠지면 '가차없이 제명'을 하는 출석부 관리가 엄격하기로 이름난 복지관 교실이기에 어떤 처분이 내릴..
귀촌일기- 진달래는 핀다 바람만 안불었다면 따뜻한 날씨였다. 송림 사이로 해가 진다. 아침 햇살을 받아 뽁뽁이를 걷어낸 창으로 보이는 홍매가 하도 붉어 마당에 내려가보았다. 발밑에는 굵은 서릿발이 이제 막 자라나는 애쑥 머리 위에 밤새 내려앉았다. 반짝 추위라더니 꽃샘이 턱없이 오래간다. 아랫밭 돌아..
귀촌일기- 개가 하품을 한다 어제는 축대 아래 두 이랑 비닐 멀칭을 했다. 오늘도 네 이랑 멀칭을 했다. 지난 주, 감자를 심고서 멀칭을 했었다. 앞으로 사나흘은 더 해야할 것 같다. 해마다 똑같은 일이다. 단조롭고 지루하다. 혼자서 하는 일이라 더디다. 갈수록 세월 탓도 있다. 비닐로 멀칭을 하는 이유는 잡초를 방..
귀촌일기- 도내리 도라지 맘보 오늘. 아침에는 영하. 대낮에는 32도까지 기온이 오르는 곳이 우리집에 있다. 하우스 안이다. 봄부터 여름, 가을까지 나는 여기서 산다. 바람 불면 문 닫고 더우면 문 연다. 세상에 편한 곳이다. 작년 이맘때, 어촌계장이 바로 길 건너 자기밭에서 일하다가 나를 불러 갔더니 생각치도 않게 ..
귀촌일기- 제라늄 꽃 한송이 서너 해 전인 가. 도무지 꽃 화분 따위는 팔지않는 농협 마트에서, 그날사 빨간꽃이 새삼 앙증스러운 어린 제랴늄 화분을 선뜻 사게 된 건, 어머니가 제랴늄을 좋아하셔서 제랴늄 삽목을 하시는 등, 여러가지 꽃이 핀 제랴늄을 보아왔던 그 기억 속의 추억이 나도 모르게 발현되었다고 밖..
귀촌일기- 뚱딴지, 돼지감자는 애물단지 밭 농사를 하다보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가 있다. 매실 밭 가운데 뚱딴지가 그렇다. 이젠 너무 번져서 애물단지가 되었다. 몇년 전, 어느 분이 보내주셔서 별 생각없이 매실나무 사이에 심었는데 이 녀석이 얼마나 생명력이 놀라운지 여름이면 2 미터가 넘는 키에 무성한 가지가 그..
귀촌일기- 입술이 닮았다 길에서 들어오면 마당이다. 누구 집처럼 철제문에 기와, 문턱도 없고 하다못해 걸쳐놓은 사립도 없다. 시간이 훨씬 지난 지금이야 택배, 가스배달...집배원들이 우리집 대문간이란 걸 잘 알고 거침없이 드나들지만 설마 여기가 대문일가 해서 초장에는 긴가민가 두리번거리며 어정쩡하게..
귀촌일기- 파프리카와 피망은 어떻게 다른가 나는 빨강 파프리카와 빨강 피망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놈이 그놈 같기 때문이다. 꽤나 여러해 재배해 왔으나 눈썰미가 없어선지 학구열이 부족해선지 파프리카와 피망의 영양학상 차이점도 모르겠다. 생김새는 같은데 파프리카 종자, 모종은 아주 비싸고 피망은 싸다. 인간 세상사나 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