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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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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일기- 호박오가리를 만들 때면... 빨래줄에 걸린 무시래기에 황금색 호박오가리가 창 앞에 늘어지고 마당에 무말랭이가 하얗게 수를 놓으면 우리집의 가을은 완성된다. 오늘이 입동. 겨울로 가는 가을의 손길은 어디론가 간다. 무럭무럭 김이 피어오르던 고향 아궁이의 시루떡. 문득 옛생각 고향생각이 난다. 호박오가리..
귀촌일기- 오늘이라는 하루 그 때 심었던 매실나무들이 자라나 이제는 간벌을 하기에 이르렀다. 오늘이 하루가 되고, 하루가 모여 세월이 된다.
귀촌일기- 바다낚시,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낚시를 하다보면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다.' 온갖 것을 다 챙겨 낚시가방 메고서 집을 나설 때 하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아나고, 우럭을 몇 마리나 잡았느냐 조황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바다 가운데 배 위에서 내리는 비를 속수무책으로 홈빡 맞으며 오늘 생각한 말이다. 물때..
귀촌일기- 아,세월은 잘 간다 풀섶의 아침 이슬. 해가 뜨면 구른다. 8월은 8월의 해가 솟는다. 세월은 가는 것. 가는 세월이 애달픈 게 아니라 나를 사랑해야할 날이 짧아진다는 것. 간밤에 고추를 그냥 두었군,그래.
귀촌일기- 바쁘다 바뻐! 귀촌의 하루 새벽이 일 하기 딱 좋은 시간이다. 매실 따고 감자 캐고, 모두 새벽이다. 다섯 시면 밭으로 간다. 해가 뜨면 돌아와 아침을 먹는다. 해마다 나에겐 이맘 때, 하지무렵이 제일 바쁠 때다. 일손 덜어준다고 자식 손자들이 내려오지만 그것도 손님이다. 돌아가고 나면 남은 건 둘. 세월아 가거..
귀촌일기- 빗물 새는 컨테이너 박스 지붕 씌우기 우리 집 컨테이너 박스는 서재다. 흔히 말하는 컨테이너 박스가 아니다. 애당초 가져올 때부터 별도 제작이라는 명목으로 돈이 좀 들어갔다. 단열 겸 보온재도 두배로 넣고 바닥에는 전기 장판을 깐데다 내장재도 꽤나 신경을 써서, 10년 전 그 때 수준으로 보면 예사롭지않게 만든 물건이..
일기란 무엇인가- 2014년 5월 11일 수박,참외 심다 귀촌일기- '부질없는 짓이다' 딴마음을 먹을 때도 있다. 예닐곱해 지금까지 펼쳐놓은 일기장을 하루아침에 닫기도, 그저그렇게 해 온 거라 딱히 그만 두기도 애매하다는게 변명아닌 변명이다. 일기란 본래 내밀한 것이어서 공개하기도 어렵거니와 공개할 성질도 아니다. 지금으로 치면 ..
귀촌일기- 팔봉산 등산 아침 밥숟가락 놓자마자 신발끈 동여매고 달랑 물병 하나 들고 문밖을 나섰다. 캐던 나물바구니 대바구니 내던지는 봄바람의 변덕이 이렇나, 심어야 할 고추모종들이야 내몰라라, 어쨌든 팔봉산에 올랐다. 이렇게 좋은 산을 가까이 두고 뭘 하는지... 하는 생각은 팔봉산을 올 때 마다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