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컨테이너 박스는 서재다.
흔히 말하는
컨테이너 박스가 아니다.
애당초 가져올 때부터 별도 제작이라는 명목으로
돈이 좀 들어갔다.
단열 겸 보온재도 두배로 넣고 바닥에는 전기 장판을 깐데다
내장재도 꽤나 신경을 써서, 10년 전 그 때 수준으로 보면
예사롭지않게 만든 물건이다.
게다가 작년에 태양광 시설까지 올려서
우리 집으로선 주요 기간시설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런데 엊그저께 내린 비에
천정에서 물이 줄줄 새는 게 아닌가.
옛 선비라면 집에 물 떨어지는 거야
대수롭지않게 여긴 고사, 익히 아는 터이나
선비도 선비나름
나는 황당했다.
그나마 마침 그 때 들어가보았기에 망정이지
그대로 밤을 넘겼다면 서재는
뒤에 있는 바다로 떠내려갈 뻔 했다.
궁하면 통하고
이럴 땐 또 힘이 나는 법.
사다리를 펼쳐대고서
기어올라가 갑빠를 씌우고 바람에 날리지않도록 기왓장 등등 올려다 눌렀다.
응급조치로 안팎에서 온갖 수선을 다 떤 뒤에야
낙숫물은 다소 진정이 되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
허사가 아니다.
말썽 피우던 테레비도 올 들어 바꾸었다.
신곡이 입력이 안되는 노래방 기기도 얼마 전에 바꾸었다.
오늘 서재 지붕 공사는 90만원 짜리다.
세월이 걷어가는 세금이라
속절없다.
공사 마무리 하고서 먹는 올 햇감자.
맛 있었다.
'어라, 탁자,
이것도 돈달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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