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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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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바다가 새벽을 연다. 물때에 맞춰 저멀리 청산리 포구 앞으로 갯벌이 붐빈다. 도내나루의 개펄은 지금, 치열한 삶의 현장은 아니다. 여자에게 물어본다. "오늘은 뭐가 나와요?" "고동이유." 잠시 후 뒤따라 지나가는 남자에게 말을 건네본다. "벌써 낙지가 나와유?" "아즉 멀었슈." "그럼 오늘 뭘 잡아유.?"..
웃지요 그냥 웃지요. 안개 걷힌 햇살에 웃지요. 이래서 웃고 저래서 웃고 때론 그래서 또 웃지요. 오늘은 능금꽃 기다리며 마냥 웃지요.
해태와 커크 다글러스 가로림만의 남쪽 도내나루. 도내나루를 지키는 지킴이다. 해태상과 커크 다글러스. 해태상은 개펄을 지나 쌍섬에서 도내나루를 향하고 있다. 커크 다글러스는 선창 바로 뒤다. 해태상은 우리 민족의 심정적인 수호신이다. 악귀를 물리치고 화기를 막으며 법과 정의를 따라 시시비비를 가린다. 카크 다..
망둥어 손질하기 그렇지, 할 일이 따로 한가지 있다. 생선 손질하기다. 갯가에 살다보니 이것 또한 안할 수 없다. 오늘은 주로 망둥어다. 꾸들꾸들 말려 저장해두면 갯내음이 물씬 나는 토속적인 반찬거리가 된다. 봄이 되자 겨우내 거두어두었던 그물을 갯골에 다시 맸다. 농삿일에 아무리 바빠도 물때에 맞춰 하루에 ..
가로림만의 남쪽 소상남반 가로림만에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다. 오늘 아침 수은주는 영하 10도. 대낮부터 풀린다니 그 길로 봄이 오려나. 밀물 썰물에 아랑곳하지않고 한달 째 성에가 걷히지않는다. 얼음 덩어리를 여기선 성에라고 한다. 지척거리 구도포구를 걸어서 건너볼 가. 서쪽으로 청산리 포구 너머 산등..
유화... 붓을 씻으며 서재 안으로 찾아든 햇살이 따사롭다. 동지섣달에 봄을 기다리며 붓을 씻는다. 이런저런 시도와 시험 끝에 올해 그린 그림은 다섯 점이다. 가만히 혼자서 들여다보는 나만의 습작이다. 그릴수록 어렵다. -미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미술가들이 미술을 찾고 있을 뿐이다. 곰브리치는 이렇게 말했..
석양 그리고 실루엣
애호박 말리기 가을 햇살이 보드랍다. 서리가 내리고 찬바람이 인다. 얼음이 얼기 전에 이것도 거두어야 한다. 늦가을에 많이 열리는 애호박이다. 밭두렁 가장자리 군데군데서 따서 모았더니 스무개가 넘는다. 뽀얀 색깔이 벌써 맛깔스럽다. 사나흘에 벌써 꾸들꾸들하다. 노니 염불한다는 옛말도 있으렸다. 시골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