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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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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 심부름 왔씨유~" 집사람이 이틀 걷기운동을 걸렀더니 전화가 걸려왔다. "요즘 왜 운동을 안 하슈? 혹시나 해서, 안부전화 했씨유." 안마을 김 계장 부인이었다. 집사람이, 실은 배탈이 나서 걷기운동을 쉬노라 이실직고를 했다. 전화가 끝나고... 우리집 현관문을 힘차게 두드리는 사람이 있었다. 바깥양반 김 계장이었다. " 마누라 심부름 왔씨유. 드시고 힘내시유." 하며 전해주고 간 건 바지락 조개와 도토리묵이었다. 동네 사람들의 눈썰미는 무섭다. 멀리서 보는듯 안보는 듯 무심한 듯... 하면서 시야에 두고 있는 것이다. 바지락은 개펄 모래톱에 가면 어촌계 조개밭이 있어 언제든 긁어 와 집집마다 두고 먹는다. 그러나 이런 성의가 쉬운 일인가? 형제보다 이웃 사촌이라는 말이 이래서 나왔을 것이다. 칼바람 엄동설한에 이웃사촌에 ..
박하지 간장게장과 가을 낙지 이른 아침,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나가보았더니 어촌계 김 계장이었다. "낙지 몇 개 허구 박하지 쬐끔 가져 왔쓔!" 하며 한 마디 던지고는 쏜살같이 사라졌다. 어제 도내나루 앞 개펄에 나갔던 모양이다. 낙지도 가을이 되면 하루가 다르게 물이 오른다. 박하지도 여름을 지나 찬바람이 나면 속살이 찬다. 맛을 아는 사람은 안다. 돌게 박하지는 뭐니뭐니 해도 간장게장이다. 집사람 손에서 박하지는 곧장 간장게장이 되었고, 산 낙지 몇 마리는 점심 밥상에... 도내리에서도 바닷가 쪽인 안도내 여기는 농촌이자 어촌 마을이다. 農漁 겸장 복합촌에 사는 재미가 또 이런 것. 이러구러 9월이 가고 내일은 10월.
갯가에 살으리랏다, 나문재를 보면... 집 뒷문을 열면 바다다. 구도항이 보인다. 마을 길을 10분 만 걸어가면 도내나루다. 가로림만의 남쪽 끝자락. 밀물이 들면 호수 같고 썰물로 빠지면 개펄이 질펀하다. 집사람이 산보 갔다가 갯골에서 나문재를 한 웅큼 걷어왔다. 나문재를 보면 비로소 내가 갯가에 살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나문재가 오늘 저녁 밥상에서 나물이 되었다. 퉁퉁마디, 함초는 알아도 칠면초, 갯질경이, 솔장다리, 갯그령, 해흥나물, 나문재...는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지방마다 다르게 부른다. 충청도 태안 여기선 나문재라고들 한다.
도내나루... 커크 더글러스와 아주머니 갯골에서 따온 감태를 씻고 있는 이웃집 아주머니. 도내나루의 큰 바위 얼굴... 커크 더글러스. 오후 산봇길에 도내 나루터에서 만난 두 사람.
'무 엇썰기 굴젓' 이 추운 날에 안마을 옥향할머니가 바다에 나갔던 모양이다. 찍어 논 굴 가져가라고 저녁 나절에 바리바리 전화가 왔다. 용돈으로 얼마간 굴 값을 치르긴 하지만 읍내 나가지 않고 제 날 갓 따온 싱싱한 굴을 먹을 수 있는 건 도내나루 앞 갯벌 너머에 굴 밭이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이 굴로 뭘 하나? 바닷가 시골 음식이란 재지 않고 있는 재료에 설렁설렁 뚝딱뚝딱 손길 가는 대로 만들어내는 게 풍미가 있다.
도내나루터가 보인다
가로림만, 도내나루 앞 바다가 얼었다 바다는 좀체로 잘 얼지않는다. 그런 바다가 얼었다. 보름째 한파다. 북극 한파라고들 한다. 흔히 애교로 불렀던 동장군과 다르다. 가로림만 남쪽 끝. 호수같은 바다. 10여 년 만에 얼었다. 서너 달만에 도내나루에 갔다. 하루에 두 번 조수 간만에 쓸려나갔다가 밀려온 얼음 조각들이 개펄에 질펀하다. 삭막하긴해도 겨울다운 그림이다. 쌍섬의 '해태 바위', 구도항 쪽 언덕에 '카크 다글라스 바위'. 내가 이름을 붙인 도내나루터 지킴이들이다. 볼 때마다 든든하다.
귀촌일기- 식탁의 봄, 생굴과 달래무침 아침 안개가 잔뜩 낀 날은 따뜻하다. 햇살이 나면 안개는 금방 걷힌다. 오늘부터 완연한 봄이다. 뒷마당에서 내다보니 아낙네들의 어디론가 품앗이 행차가 부산스럽다. 마을버스는 타는 손님이야 있든 없든 꼬빡꼬빡 제시간에 지나간다. 우한 바이러스로 귀가 시끄럽고 잡동사니 정치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