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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갯속 영감 교유기(交遊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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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일기- (25) 팔베개 팔베개 (25회) 우리 집 뒤는 버갯속 영감의 생강 밭이다. 건너 편 구도 항을 바라보며 바닷가 쪽으로 비스듬히 드러누웠다. 작년에는 들깨를 심더니 올해는 생강을 심었다. 한 여름이 되자 생강 이파리가 연두색에서 파랗게 나날이 달랐다. 생강 포기들도 제때 물을 먹어 통통하게 소담스..
귀촌일기- (24) 잡초 잡초 (24회) 오늘은 그야말로 화창했다. 워낙 지루한 장마였다. 비 한 방울 없는 마른장마는 관두더라도 올 장마는 비가 유달리 잦았다. 유월부터 달포가량 주중과 주말에 정해진 규칙처럼 비가 내려 갠 날이 없었다. 해가 쨍쨍 내리 쬐도 될 가 말 가 할 때 하늘 때문에 가을걷이 걱정이 태..
도내 일몰 한해가 저물어갑니다. 기축년 새해에는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빕니다.
귀촌일기- (23) 팽나무 팽나무 (23회) 양파 때문에 몰아쉬었던 숨은 담배로 진정이 되었다. 두 손가락 사이에 눌린 꽁초에서 느릿느릿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러나 저러나 오늘 밤이 걱정이었다. 허리에 양파 후유증이 도져 영감의 아들이나 며느리한테 오늘 일이 들통나지 않아야 할 텐데. “근디 말이여...” 영..
귀촌일기- (22) 서리 서리 (22회) “형철씨 있는감?” 버갯속 영감 목소리가 얼핏 들렸다. “있남? 있남?” 이내 현관문이 요란했다. 열어보니 버갯속 영감은 들숨날숨이었다. “어이구, 허리야.” “아이고예, 갑자기 무신 일입니꺼? 들어오시이소.” “어이구... 저 밑에서... 보니께잉... 차가... 있데.” 영감..
귀촌일기- (21) 도내일몰(島內日沒) 도내일몰 (21회) “군(郡)에 갔다 오는 길이유.” 버갯속 영감이 내 앞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먼발치서부터 성큼성큼 걸음걸이가 가벼웠다. “육이오(六二五)라 기념식도 허구. 참전 용사라구 군수가 점심을 대접하데. 잘 먹었슈.” 영감은 지난 현충일도 읍내를 다녀오다 우리 집에 들렀..
귀촌일기- (20) 담배 담배 (20회) “요걸 안하머... 심란해서 아무것도 못히여.” “............” “난, 술은 안 먹어. 근디... 담배는 해야혀.” 영감의 심기가 불편했다. 술 안먹는 걸 강조한 다음 담배 이야기가 나오면 틀림없이 마음이 심란한 날이었다. 지난 설날에 담배를 들고 영감님 댁에 인사를 갔다. 명절..
귀촌일기- (19) 홀씨 홀씨 (19회) 오월의 아침은 한 낮이나 다름이 없었다. “형철씨 있남?” 바깥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내 이름을 부를 사람은 도내에서 버갯속 영감뿐이다. 현관문을 열자 역시 영감이었다. “허허, 있네그려. 원제 왔다나?” 대답할 사이도 없이 영감은 난초 묶음을 불쑥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