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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갯속 영감 교유기(交遊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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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갯속 영감님의 부탁 버갯속 영감님은 뇌졸중으로 꼬빡 삼년째다. 본래 귀가 어두운데다 이젠 말씨까지 어눌해 손짓 발짓에 서로 쳐다보는 표정으로 겨우 소통한다. 전립선 약을 수십 년 드신 끝에 이젠 오줌 누기마저 힘들다. 요즈음 들어 병원 출입이 잦다. 버갯속 영감님은 일력을 가리키며 검지와 중지 손가락 두 개를 ..
평생 친구의 현몽 "육 이장댁 어른이 가셔서... 어쩌지요?" 아침 산보길에서 이영복 영감님을 만났다. 내가 물었다. 버스종점을 지나 도내나루로 돌아서 내려가는 곳이 영감님 집이라 오다가다 자주 만난다. 꼭두새벽부터 자질구레한 집안 일 거드느라 늘 부지런하시다. "그려, 용기 그 친구, 평생 친군디 훌쩍 가버렸네. ..
동구밖 봄나들이 버갯속 영감님의 첫 봄나들이입니다. 요양사가 영감님이 손짓하는대로 휠체어를 밀었습니다. 영감님 할멈은 일찌감치 논에 나와 잔일을 하고 있습니다. 자식과 며느리가 말려도 가만있질 못합니다. 내가 보기에 그 일은 별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트랙터로 논을 갈 때 어차피 잘게 잘려서 거름이 될 ..
7년 전 앨범 사진 한 번 꺼내 봅니다. 갑자기 생각이 나는군요. 기초공사 끝나고 황토 벽돌 쌓기 (공사진척 5%) 지붕 올리기 (진척 15%) 기와 공사 (진척 20%) 맘이 급해서 공사판 앞 짜투리 땅에 상치도 가꾸고... 전기불이 처음 들어오던 날 (진척 50%) 7년 전, 집 지을 때입니다. 세월 빠릅니다. 몇 년 후 오늘을 생각하며 또 ..
버갯속 영감의 봄날은 봄 소식은 나무에선 개나리다. 그리고 화초로는 수선화다. 오 년 전이다. 버갯속 영감님이 수선화 몇 포기를 가져다 주었다. 내가 화초는 안 심는 줄 아시는지라 영감님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무데나 잘 자러, 한번 심거봐." 이게 퍼져서 마당 가장자리 여러군데 자리를 잡았다. 수선화. 들어선 청순..
8樂 잊지않고 올해도 보내주었다.(1樂) 해마다 너댓개 일력을 구해 보내주는 친구가 있다.(2樂) 버갯속 영감의 부탁을 이 친구가 해결해주기 벌써 오년 째다.(3樂) 오늘 받은 일력을 전달하러 가는 길입니다.(4樂) 함박 웃음을 지을 버갯속 영감 생각에 미리 즐겁다.(5樂) 그렇다. 세모에 영감의 ..
귀촌일기- 심거봐유 버갯속 영감님 댁 할머니가 양파 모종을 심고있습니다. 바로 우리 집 뒤 밭입니다. "남았으니께 가져다 심거봐유... 심을 데 있으무.' 아침 나절에 마침 로타리를 쳤습니다. 심을 자리는 얼마든지 생겼습니다. '안 늦었슈. 지금 심거먼 봄에 한참 먹을기유.'하며 얼마전엔 쪽파 씨도 받아둔 ..
황발이의 외출 황발이입니다. 개펄에서 언덕 넘어 길 건너 앞뜰까지 한참 오셨네요. 어쩜 올 마지막 문안인사랍니다. 달랑게보다 기특합니다. 역시 허우대값을 하군요. 여기저기 왔다갔다 재롱에 같이 놀았습니다. 비 개인 햇살이 그저 따사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