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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갯속 영감 교유기(交遊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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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일기- (10)정 정 (10회) 버갯속 영감과 대화는 주거니 받거니 아기자기한 맛은 없다. 영감이 주로 말하고 나는 듣는 편이다. 영감의 표현대로 영감은 ‘귀먹쟁이’이다. 귀에 바짝 갖다 대 소리를 크게 내야 한다. 두 팔은 물론 때로는 온 몸을 동원한다. 희한하게도 전화 통화는 거의 다 알아듣는다. 나..
귀촌일기- (9)악우 악우(惡友) (9회) “나, 얼릉 가야 헌다니께...” 버갯속 영감이 숨 가쁘게 말했다. 선걸음에 갈 참이었다. 손에는 달랑 호미 한 자루를 들었다. “오늘 말이여. 지슴매야 허거덩...” 영감은 어딘가 김매러 가는 길이었다. 나를 보자마자 할 일부터 챙기는 영감을 나는 멀건이 쳐다보았다. ..
귀촌일기- (8)임자 임자 (8회) “나, 책 몇 권 가져왔슈.” 버갯속 영감은 천천히 보자기를 풀었다. “내가 모아둔 건디... 이제사 임잘 찾았네그려 잉.” ‘泰安郡誌(태안군지)’, ‘태안읍지’, ‘生活漢字(생활한자)’, ‘사자소학’, ‘家庭儀禮(가정의례)’, ‘家禮百科(가례백과)’, ‘예절일기’, ‘소..
귀촌일기- (7)인연 인연 (7회) 반년이 지난 시월에 일단 준공을 했다. 우선 집 안에 이부자리를 펴고 잘만 하게 되었다. 태안읍 사무소에서 우편으로 준공 승낙서가 날아왔다. 군청에 들러 공과금을 낸 다음 등기소에 등기를 마쳤다. 세금을 내며 이처럼 기분 좋기는 처음이었다. 나는 맨 먼저 ‘용상(龍床)’..
귀촌일기- (6)입장료 입장료 (6회) ‘김 사장네 안건’이 상정되자 늘어졌던 분위기가 바뀌었다. 문 반장의 제안 설명에 이어 곧장 토론이 벌어졌다. 토론은 당사자인 우리 내외를 아랑곳하지 않고 사무적이었다. 나는 면전의 시시비비가 껄끄러워 자리를 피할 가 했으나 마땅치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집사..
귀촌일기- (5)반상회 반상회 (5회) 상량은 했으나 장마가 코앞에 있어 여전히 마음이 급했다. 지붕 공사가 시작되었다. 마룻대에 서까래를 걸치는 일이 여러 날 이어졌다. 벽난로 공사와 지붕공사는 함께 진행이 되었다. 벽난로 연통이 기와지붕 위로 나와야 하기 때문이었다. 서까래 위에다 판자를 깔아 기와..
귀촌일기- (4)고추밭 고추밭 (4회) 버갯속 영감은 오다가다 어수선한 공사판을 가끔 들렀다. 만나면 만날수록 영감이 할 이야기도 내가 들을 이야기도 많았다. 나를 놀라게 한 건 무엇보다 영감의 기억력이었다. “관행(관향)이 어디라구?” “예, 김영(金寧)입니더.” “허, 나는 김핼(金海)세그려.” “들었습..
귀촌일기- (3) 상량 상량 (3회) 도내에 새 집을 짓는 게 오랜 만이어서 동네 사람들은 관심어린 눈으로 쳐다보았다. 오다가다 현장을 비집고 들어와 이것저것 물어보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경운기가 돌다 걸리겠시유. 집터가 너무 길가에 붙었시유.’ ‘뒤에 똘강부터 얼릉 해야겠슈. 즈거 집 물은 즈거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