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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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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일기- 오늘 내가 한 일은 풀 깎은 일 뿐 이제 땅거미가 진다. 앞 뒤 문이란 문은 다 열어젖혔다. 삼복에 바람 한 점 없는 하루였다. 최소한의 의상만 걸치고 하루를 보냈다. 오늘 유일하게 한 일은 풀 깎는 것이었다. 새벽 5시반부터 7시반까지 잡초를 깎았다. 땀 범벅이다. 아침 식전에 수돗간에서 물 두어 바께스를 끼 얹었다. 시..
미꾸라지는 이렇게 잡아라!(4)- 미꾸리는 없고 우렁이 만 장마는 걷혀 햇살이 쏴하다. 논에는 벼. 한줄기 마파람에 춤을 추듯 일렁댄다. 그저께 묻어둔 통발을 찾으러 가는 길이다. 발걸음마저 설렌다. 이번엔 좀 먼 곳에 묻어두었기에 더더욱 그렇다. 통발에 미꾸리는 없었다. 논고동 우렁이가 엉금엉금 노닐고 있다. 옳지! 오늘 저녁 우렁된장에..
산도라지, 도내리 오솔길에서 부르는 도라지타령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심심산천에 백도라지 한두 뿌리만 캐어도 대바구니 철철철 다 넘는다 에헤요 에헤요 에헤요 에아라 난 다 지화자 좋다 얼씨구 좋구나 내 사랑아 가시덤불 사이에 산도라지. 파란 꽃잎이 청아하다. 어디서 멀리 후미진 여기까지 왔을 가. 산새나 바람이... 꼬불꼬..
귀촌일기- 열무김치 담글 때, 달팽이가 웃는다 오늘 열무김치를 담그기로 했다. 여름은 역시 열무김치다. 더위에 깔깔한 입맛을 잡아준다. 하우스 옆 열무밭은 울울창창 잡초로 둘러쌓여있다. 멀리서 보면 잡초밭이나 다름없다. 이번 장맛비로 잡초가 며칠 사이에 갑자기 웃자랐다. 열무를 일단 뽑아낸 다음 밭갈이를 해 얼가리 배추, ..
허수아비 열전- 삼복에 콩밭은 내가 지킨다. 여기는 콩밭. 밤새 고라니들이 싹둑싹둑 잘라 먹는다. 아침 저녁으로는 산비둘기가 날아든다. 가을에 거둘 한줌의 메주콩, 밥상에 오르는 간장 한종지에도, 땀과 사연이 있다. 누가 허수아비라 하는가. 염천 삼복에 불철주야 콩밭을 지켜낸 허수 일가의 공로를 잊지말자.
이 맛을 아시나요- 찐 옥수수와 가지김치 올해 가물다가물다 했어도 줄창 비가 왔던 지난 해완 달리 옥수수가 잘 영글었다. 지금 옥수수가 제 철이다. 더 익으면 야물어 쪄서 먹기엔 맛이 덜하다. 밭에서 매일 몇 개씩 따다 먹는다. 말랑말랑한 옥수수의 구수한 그 맛. 산새들이 쪼아먹은 그게 더 맛있다. 가지가 또 한철이다. 장마..
귀촌일기- 태안와룡 1박2일 上京記 태풍 카눈이 서울을 지나가는 날. 태안 촌사람 어쩌다 한양 가던 날. 화곡역 인근. 살짝 돌아앉은 한 음식점. 만남의 얼굴, 얼굴들. 창밖에 비는 내리고... 초복. 누군가가 오랜만에 소주맛 난다고 했었지요.
귀촌일기- 동네 아줌마들과 초복, 닭백숙 파티 태풍 전후의 날씨란 후텁지근하고 후줄근하다. 딱히 할 일이 없을 때가 이럴 때다. 궂은 날씨를 피해 옆집은 며칠째 씨마늘을 준비한다. 곧 마늘을 심을 철이 닥아온다. "어서 와유." 카눈 태풍으로 부러진 토마토 대를 묶어주고 있는 나를 손짓하며 부른다. 옆집에 몰려와 씨마늘을 까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