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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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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일기- 쉬며 졸며 그런 계절이 되었다. 땀이 난다. 쉴 땐, 점심 먹고. 가끔 인터넷 바둑을 둔다. 세 판 정도지만 어떨 땐 첫 판에 그만 둔다. 허 허, 웃으며... 대한민국의 장래가 인터넷에 있다. 매너가 이 녀석보다 못해서야.
귀촌일기- 버갯속 할머니의 방문 아침나절에 밤새 쌓인 눈길을 뚫고 오셨다. 털모자 눌러쓴 중무장에 지팡이 겸 우산을 손에 들었다. 경로당에 가는 참인데 길이 미끄러워 차로 태워줬으면 좋겠다고 찾아오신 것이다. 할머니는 나의 귀촌일기인 '버갯속영감 교유기'에서 28년 도내리 이장을 지낸 버갯속영감의 할..
무 말랭이 해마다 이맘 때면 무 말랭이 작업을 시작한다. 하긴 좀 이르다. 작년에는 갑자기 내린 눈과 비로 말미암아 말리느라 곤욕을 치렀기 때문에 올핸 서두른다. 앞으로 백여 개는 더 해야 한다. 자리를 깔아 펼쳐두니 마당이 가득찬다. 말리던 고추와 함께 늦가을 정취가 또 하나 여기에 있다. ..
마음의 고향 시골에 찾아오시는 분들이 꽤 있다. 서울에서 차를 달려 두어 시간이면 말이 그렇지 먼 길이다. 계절의 정취와 때론 시골의 맛에 감동한다. 며칠 전에 외국에 거주하는 집사람 친구 몇 분이 삼년 만에 다녀갔다. 오랜 만의 귀국길에 시간을 쪼개 다시 찾아주었다. 어느듯 집사람 친구도 내 친구다. 그렇..
(1) 56년 전 일기장 일기를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써온 건 아니다. 국민학교 시절의 크레용으로 그린 그림일기가 있는가 하면 공책에 쓴 일기, '학원'이라는 잡지의 부록으로 딸려온 일기장 등. 중학생으로 호주머니 형편에 거금 털어 일부러 구입한 두툼하게 장정이 된 일기장, 대학노트 일기장 등등... 내용은 그렇..
방 빼기의 재미 오늘 비가 내린다. 텃밭에는 단비다. 지난 며칠동안 텃밭도 방 빼기에 바빴다. 소만을 지나니 채소들이 웃자라고 꽃대가 올라와 정리를 할 때가 되었다. 연달아 같은 작물은 피해야하므로 장소를 비켜주어야한다. 물려주고물려받는 사랑과 우정이 넘치는 회전문 재배가 시작되었다. 따가운 햇살이라 ..
노을이 사는 집 노을이 사는 집 유창섭 “도내리”, 입 안에서만 뱅뱅 도는 발음, 가 보지도 못한 친구의 집을 상상한다, 혼자 웃는다 저녁 노을은 생겨도 그만, 아니 생겨도 그만 언제나 황토빛 노을이 걸려 있는 집 앞에서 그 깔끔한 친구가 어찌어찌 어설픈 옷가지를 되는대로 입고 황토빛 마당에서 꽃 하늘을 올려..
버갯속영감님 별세 오늘(3월31일) 오후 네시 버갯속영감님이 운명하셨다. 2008년 9월 추석 이후 뇌졸중으로 와병 중이었다. 어제 아침나절에 가서 뵈온 게 마지막이었다. 무언가 손짓을 하는데 옆에 있던 할머니가 통역을 했다. 마실 것 좀 내게 주라고... 내가 갈 때마다 할멈을 불러 대접할 것 부터 먼저 챙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