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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통의 일상 계속되는 장마다. 억수로 퍼부어 혼을 빼거나 기약없이 지리한 장마에 비하면 건너뛰어 하늘이 개는 징검다리 날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간밤에도 비가 내렸다. 지붕에서 홈통을 타고 내려오는 물소리가 잠결에 요란했다. 날이 밝아 창밖을 보니 백화산 허리에서 이화산 중턱으로 두꺼운 구름이 무..
어제는 먹구름 바람 불고 비 오고 메아리 지나가다
빗속의 구아바 이틀째 촉촉히 비가 내린다. 때론 후줄근한 빗줄기가 묵직해 장마답다. 구아바가 하루 밤새 달라졌다. 가지마다 올망졸망 하얗게 보인다. 꽃망울에 아마 꽃닢. 빗방울이 구르는 소리에 깨어난 구아바 잎사귀는 그야말로 생기발랄. 비 끝나면 이내 보여줄 듯. 꽃.
비, 비를 맞으며 하루종일 빗방울이 떨어졌다 멎었다 되풀이한다. 우닥비에 가끔 하늘을 쳐다보기도 했으나 아무려나 가지에 물들가. 이른 더위에 비의 감촉이 영락없이 비다. 쪼그려 앉아서 고추 곁순을 따고, 옥수수도 묶어준다. 말라가는 가지 잎도 두어 장씩 따준다. 부추밭 잡초뽑기도 이런 날이 제격이다. 모처..
캔버스 위의 수선화(5)-귀촌 설명회 창밖에서 후두두둑 하는 소리가 무얼 뜻하는지 안다. 새벽녘에 두어번 굵은 빗방울이 처마 가생이를 두드리며 지나갔다. 켜둔 라디오에서 마침 귀촌설명회 연사들의 이야기들이 차례로 나온다. 모두 귀촌 귀농에 성공한 분들이어서 말씀들도 잘 하신다. 천편일률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글쎄 귀촌. 자..
캔버스 위의 수선화 수선화가 진다. 추위가 가시기도 전에 맨먼저 싹이 올라와 꽃대를 만들고 봉오리를 맺었던 수선화였다. 해마다 늘 그 자리에서 잊지않고 봄을 알린다. 엄동설한을 지나며 누군가 몇 번은 밟았음직한데 아무렇지도 않은듯 나타난다. 새파란 잎새에 노란 꽃망울이 초롱초롱 풍성하게 다발..
(속보)무 저장 무 크기나 때깔이 겨우내 묻어두기에 안성맞춤이다. 오늘 아침 나절 월동용 무를 저장 했다. 땅을 적당히 깊이 판다. 짚을 깔고 무를 거꾸로 세워 나열한 다음 다시 짚으로 덮는다. 비닐을 얹고 흙을 덮는다. 발로 살짝살짝 눌러둔다. 바람 들 일도 없다. 혹한에 눈 비가 와도 그저 안심이다. 올 겨울을 ..
단감 역시 가을은 노랗다. 감이 그렇다. 가을은 감이다. 평석에 걸터앉아서 감을 깎는다. 새하얀 감똘개가 엊그제께, 풋감이 떨어져 나딩굴던 그날이 어젠데. 서리 내리고 이제사 샛노란 단감이려오. 연하디 연해 손끝에 절로 부서진다. 하, 이 녀석이 먼저 달겨드네. 눈 깜짝할 새 단감 껍질을 다먹어치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