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에서 후두두둑 하는 소리가 무얼 뜻하는지 안다. 새벽녘에 두어번 굵은 빗방울이 처마
가생이를 두드리며 지나갔다.
켜둔 라디오에서 마침 귀촌설명회 연사들의 이야기들이 차례로 나온다. 모두 귀촌 귀농에
성공한 분들이어서 말씀들도 잘 하신다. 천편일률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글쎄 귀촌. 자연
친화, 흙에 대한 애정 그리고 사람이다.
촉촉히 내린 비에 열무와 강낭콩 새싹이 땅에서 치솟고 고추,오이,가지,토란,옥수수 잎새가
파랗게 하루밤새 생기가 돈다. 마른 땅에 물 열 번 주느니 비 한 번 제때 오는 게 백번 낫다는
것을 안다. 남은 토란 모종 스무 개는 이웃 누군가에게 주면 요긴할 것이다.
비가 잦아든다. 어차피 밭고랑이 질어 밭일일랑 쉬고본다. 캔버스 위의 수선화가 기다리고
있다.
흐드러지게 핀 개나리를 병풍삼아 이제 자태를 뽐내 볼 가. 노오란 물감을 빠렛에 짜내고
조심스레 뭉개 떨리는 붓끝으로 수선화 꽃잎을 살짝 그려본다. 그날의 봄날이 살포시 살아
난다. 그러나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