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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夏)

장마통의 일상

 

 

계속되는 장마다. 억수로 퍼부어 혼을 빼거나 기약없이 지리한 장마에 비하면 건너뛰어 하늘이 개는 징검다리 날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간밤에도 비가 내렸다. 지붕에서 홈통을 타고 내려오는 물소리가 잠결에 요란했다.

날이 밝아 창밖을 보니 백화산 허리에서 이화산 중턱으로 두꺼운 구름이 무겁게 흘러간다. 죈종일 내릴 비는 아니다.

 

 

 

비가 오건 안 오건 시골 일상은 움직임의 연속이다. 어제 뽑아둔 노지열무를 건사해야 한다. 그냥두면 밭뙤기채 버린다. 서로 나누어 먹을 요량이다.

잔뿌리 다듬고 씻는 일은 내가 거들어야 할 일이지만 소금으로 절이고 양념 갖추어 버무리는 건 집사람 몫이다. 개펄에서 놀러온 게 한 놈이 풀섶에서 버스럭거린다.

 

 

 

 

 

 

 

 

 

처마 밑에는 박 순이 하루가 다르게 뻗어 오른다. 순의 머리를 줄에 묶어 유인을 해주어야 느닷없는 비바람에 탈이 없다. 양쪽에서 올라온 박이 처마 한 가운데서 만난다. 희한하게도 해마다 7월 칠석 무렵이다. 올해는 왼쪽 녀석이 별 이유없이 발걸음이 더디다.

 

 

서재 창틀에 달팽이가 무슨 생각을 그렇게도 하는지 쉬다가다 어정거린다.

 

서쪽 하늘이 점점 밝아지며 빗줄기가 잦아든다.  빽빼기 놈이 날씨를 먼저 알고 일찌감치 나와 대문 앞에서 농성중이다. 장마통에 못한 산보를 채근한다. 내일은 해가 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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