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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리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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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는 몇시에 출근하나? 농부의 일상이야 뻔하다. 푯대나는 일은 없어도 할 일은 많다. 발걸음 떼는 곳, 눈이 가는 곳은 모두 일이다. 일감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오늘 들깨 대를 하우스안에 풀어헤쳐 말렸다. 며칠 전에 다라이에다 베다놓구서 자리를 펴고 헤쳐놓질 못했다. 야콘을 캐다 옆 이랑에 자란 들깨가 보이기에 서둘러 베어놓았던 것. 그냥 내 몰라라 버리면 그만, 그러나 어느 봄날 애써 심어 한동안 들깻잎을 열심히 따먹기도 했었던 들깨가 이젠 익어 들깨 알이 우두둑 떨어진다. 고소한 들깨 향이 코끝에 스친다.
들깨 토란탕 이야기 토란탕 첫걸음은 토란을 까는 일부터... 살짝 익혀낸 토란을 일일이 껍질을 벗겨내는 게 또한 만만치않다. 올해 토란농사가 풍년이었다. 계절 음식이라며 이 가을에 들깨 토란탕을 실컷 먹는다. 토란탕 만들기... 쉬운일이 아니라는 푸념에 토란 농사가 잘 되도 문제? 오늘도 저녁밥상 물리고 토란과 마주 앉은 집사람. 눈과 귀는 음악 방송에 손놀림은 토란에... 어쨌거나 새로 끓인 토란탕이 내일 다시 선을 보일듯.
생강 밭 사람들...희비쌍곡선 어스럼 새벽인데 벌써 바깥이 소란스럽다. 우리집 대문간 건너편이 안마을 박 회장댁 생강밭이다. 열 댓 사람들이 몰려와 해거름까지 하루종일 생강을 딴다. 동네 몇 사람 품앗이 일꾼을 빼곤 읍내 인력시장에서 동원된 사람들이다. 남자는 14만 원, 여자는 8만 원 일당. 봄에 생강을 심을 때도 많은 사람들이 왔었는데. "올핸 생강금이 영 없씨유." 김장철이 코앞인데도 박 회장의 표정이 어둡다. 구렁이알같은 현찰은 인건비로 나가고 생강 농사가 시원찮단다. 긴 장마에 작황이 안좋은데도 시장에 생강 값이 없다는 건 경쟁적으로 다들 생강을 많이 심었다는 것이다. 아예 생강굴 보관 창고로 직행해 쟁여두고서 하세월에 생강값이 오르기를 기대하는 수 밖에 없는 답답한 농심... 사먹는 입장에서야 생강 값이 싸고 볼 일.....
수박 재배의 첫 관문...순지르기 우리집 수박밭이래야 달랑 수박 모종 두 개. 재미삼아 심어본 것이다. 두어 번 내린 비에 땅 기운을 받아 줄기가 뻗어가기 시작했다. 시건방지게시리 어린 놈이 벌써 꽃을 세 송이나 피었다. 모두 수꽃이다. 뿌리에서 줄기가 뻗기 시작해 잎이 대여섯 장 되었을 때 순을 잘라주는 것...첫 ..
비 오는 날이 쉬는 날 비가 내린다. 소리없이 내린다. 하루종일 내려도 밭고랑에 빗물이 흐르지 않으니 강수량이랄 것도 없다. 내리는 족족 땅에 스며들었다. 짬짬이 오는 비는 밭농사엔 좋다. 어제 모종을 심느라 날을 도와 바쁜걸음을 쳤던 보람이 있었다.
땅콩을 심는 뜻은? 도내수로가 가로지르는 앞뜰. 언덕바지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들녘은 모내기 준비로 한창이다. 쓰레질하는 트랙터 엔진 소리가 한동안 숨가쁘더니 조용하다. 잘 닦아놓은 체경 같다. 모내기를 앞두고 모판을 논 가장자리에 한줄로 가지런히 내다놓았다. 어린 볏모를 대엿새 논에 적응시..
올해 농사계획(6) 귀촌부부, 야콘 심고 대파 심고 오늘로 읍내 모종시장을 네번 째로 다녀왔다. 모종을 한꺼번에 심을 수 없으므로 해마다 서너 차례는 다녀온다. 오늘 사온 모종은 대파와 옥수수와 땅콩이다. 땅콩 모종은 며칠 전에도 한 판을 사왔는데 오늘도 한 판 더 추가했다. 대파는 채마밭에 빠질 수 없다. 모종을 사다 길러놓으면 ..
시골 어버이의 어버이날 보내기 1. 안마을에 마실을 갔다가 돌아와 집사람이 전해주는 이야기- "나 죽을 뻔 했쓔!" 6남매를 둔 8순 할머니가 집사람을 보자마자 대뜸 하는 하소연이었다나. 무슨 말씀인가 했더니 서울 인천 각지에서 5남1녀 자식들이 어버이 날이라고 시골집을 지키며 혼자 사시는 어머니를 찾아왔는데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