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수로가 가로지르는 앞뜰. 언덕바지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들녘은 모내기 준비로 한창이다. 쓰레질하는 트랙터 엔진 소리가 한동안 숨가쁘더니 조용하다. 잘 닦아놓은 체경 같다. 모내기를 앞두고 모판을 논 가장자리에 한줄로 가지런히 내다놓았다. 어린 볏모를 대엿새 논에 적응시키는 기간이 필요한 것이다.
바람이 불어 아침나절은 추웠다. 정오를 지나자 햇살이 따갑다. 땀 난다. 나는 밭에서 하루종일 모종을 심었다. 땅콩, 옥수수, 야콘이다. 수시로 모종작업을 한 야콘 모종은 보온온상에서 자라는 족족 내다 심는다. 예정에 없던 땅콩모종을 올핸 두 판이나 심었다.
땅콩을 심는 뜻은? 땅콩밭을 가진 농부만의 특권, 밭에서 갓 캐낸 풋땅콩을 삶아 먹기위해서다. 그때가 초가을 어느 날일 것이다. 지금 힘들어도 상상이 앞서가면 즐거운 게 한편 농사다.
아침 8시 하우스로 출근하여 오후 5시 반 퇴근. 내일은 자랄대로 자란 빨강강낭콩 모종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두서없이 부지런을 떠는 이유는 모레 또다시 비가 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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