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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리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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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은 언제 하나? 배추와 김장무 배추밭에 배추는 결구가 되어 속알이 들어차고 대왕무는 장독처럼 되었다. 자랄대로 자라고 클대로 컸다. 날씨가 영하로 곤두박질을 치자 온동네 집집마다 알게 모르게 김장 준비에 잰걸음들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경운기를 동원해 도내나루 바닷물을 물통에다 퍼와서 큰 고무다라에 배추를 절였던 모습은 지난 옛이야기로 서서히 사라지는듯. 우리집은 김장을 안하는 걸로 방침을 굳혔다. "밭에 무, 배추 있겠다 그때그때 조금씩 담가 먹으면 되는 거지..." 하며 집사람이 일찌감치 선언을 했다. "애들이 가져다 먹냐?... 달랑 두 식구에... 괜시리 번잡키만 하구... " 허긴 그렇기도 하다.
12월, 순망치한의 계절 하루가 다르게 자고나면 추워진다. 마음은 아직 저쪽 가을인데 계절은 성큼 겨울이다. 갑자기 추위를 왜 더 타는가 했더니 이발소에서 머리를 빡빡 깎았다. 작년 광복절 무렵 이후 계속 해온대로다. "추우실텐데 ... " 이발사는 말끝을 흐리며 재고할 의향을 은근슬쩍 강요했으나 나는 초지일관 단호했다. 빡빡 머리가 춥긴 춥다. 머리칼이 없으니 머리끝이 허전하다. 추우면 모자로 잠시 덮으면 되는 것.
전정을 할 수만 있다면... 주간, 주지, 부주지, 중첩지, 하향지, 경쟁지, 배면지, 측지, 연장지, 결과지, 도장지... 강전정, 약전정... 용어만 들어도 상그럽다. 전정은 가을에 해야 하나? 봄에 해야 하나? 전정을 할 때마다 성가시고 복잡하고 까다롭다. 한마디로 말해... 힘들다. 안해본 사람은 모르는 나무 전정하기. 오늘 매실나무 전정을 했다. 매실나무 다음은 사과나무, 석류나무, 배나무 전정을 해야 한다. 쉬엄쉬엄 하는 거다. 싸움 붙이며 뒤로 숨어버리는 참으로 비겁한 사람. 명색이 대통령이란 사람이...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의 끝은 어딘가?... 지금이라도 당장 쓸모없이 웃자란 도장지를 솎아낼 수 만 있다면? 오늘 매실나무의 헝클어진 가지를 전정하면서 언뜻 그런 생각이 들었다.
농사 마무리는 제때 해야... 초가을에 옥수수를 딴 뒤에 옥수수 밭을 이제서야 정리했다. 추수하는 그때그때 마무리를 한다는게 말이 그렇지 잘 안된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다음 해야할 일이 눈을 부릅뜨고서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해야할 일, 뒤늦게 하면 과외 일을 하는 것 같다. 옥수수 밭 고랑에 그동안 숨어있다가 뒤늦게 나타난 검정호박 하나, 옥수수 열매 한 개... 반갑다.
2020년 가을 마무리 제나 저제나 끝낼가 달막거리며 붓을 들었다 놓았다 했다. 다시 보면 볼수록 뭔가 미진한 캔버스 화폭. 11월이 가기 전에 싸인을 하고 말았다. 나중에 다시 고칠 땐 고치더라도... 초가을 앞뜰 도내수로.
할아버지와 손자, 감 따기 다섯 살이다. 애들이 자라는 걸 보면 금방이다. 서너 달 만에 보니 많이 자랐다. 오자마자 단감 따기에 단단히 재미를 붙였다. 귀촌의 낙은 이런 즐거움이다. 제깐 놈이 감을 얼마나 딸까마는 이젠 따야하는 감 딸 계기를 마침 만들어 주었다. 몇 개나 될가, 3대가 달겨들어 단감을 절반 가량 땄다. 나머지는 여전히 내 몫.
백미러에 나타나면 시동을 건다 집사람이 읍내 나가면 나는 차 안에서 기다린다. 오늘은 바우처 안마원, 재래시장, 농협 하나로 마트... 백미러에 나타나면 나는 시동을 건다. 오래된 우리집 읍내 출입 풍속도.
"무슨 가을비가 이렇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