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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리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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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ID-19와 김장배추 농사 올핸 김장배추가 밭에 아직 그대로 있다. 해마다 김장무와 배추 농사를 빠뜨리지 않고 짓는건 재배 자체가 즐겁기도 하지만 나눠먹을 누군가가 있기때문이다. 해마다 김장철이면 읍내 노인복지회관에 기증을 해왔는데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복지관 식당이 폐쇄되어 우리밭에 무 배추가 갑자기 남아도는 것이다. 집사람이 신세를 지는 안마원에서 마침 김장을 한다기에 튼실한 놈들을 골라 몇 개 오늘 뽑아다 주었다. 코로나 시대에 갈 곳을 잃은 배추... 그나마 홀가분하다.
청둥오리, 도내수로에 돌아오다 서해안 태안반도를 왼쪽으로 하여 주머니처럼 쑥 들어온 바다... 가로림만이다. 호수같은 바다다. 가로림만의 남쪽 끝에 도내나루가 있고 제방 수문을 사이에 두고 도내수로가 있다. 오리들이 날아들었다. 앞뜰을 내려다보노라면 오리떼 저들끼리 제잘거리며 노는 소리가 벌판을 타고 들려온다. 다시 철새의 계절이 돌아왔다. 한동안 게으름을 피웠던 걷기운동을 청둥오리들이 부추긴다. 이래서 자연이 좋다.
미인고추의 뒷모습 오늘따라 모처럼 풀어진 날씨. 반갑기가 봄날 같다. 한겨울의 초입을 지나는 길목은 언제나 으스스하고 을씨년스러워 한층 추위를 타기 마련. 채마밭에 내려가 마른 가짓대와 고춧대를 뽑았다. 긴 장마 몇차례 태풍에도 두 포기 가지, 예닐곱 포기의 미인고추가 버티고 남아 올 한해 식탁이 즐거웠다. 한껏 붉은 태깔과 굵기도 그러려니와 매운 맛이 지나치지 않아 미인고추에 빠졌다. 잔서리 뭇서리가 내려도 아랑곳 않고 꿋꿋하게 가지와 고추는 본분을 다해 주었다. 마른 고춧대 가짓대를 뽑아내며 아름다운 퇴장을 보았다.
'우거지국'과 '시래기국' 스산한 날씨. 따끈할수록 시원한 배추우거지국과 무시래기국, 어느 쪽이 더 시원할까? 소줏잔깨나 축낸 다음날, '우거지상'으로 아침 밥상에서 찾아헤매던 우거지국이 그런 면에서 단연 한 수 위다. 귀촌한 뒤 배추잎 배추우거지와 무청시래기를 만들기도 했으나 번잡스러워 최근에 와서는 무청시래기만 만든다. 추억 삼아라면 모를가 구태여 우거지국을 찾을 일이 없다. 쉰 개나 되는 월동무를 땅에 묻는 바람에 무청시래기가 잔뜩 생겼다. 한가롭던 처마밑에 빨랫줄이 갑자기 붐비기 시작했다. 곧 무말랭이를 만들면 앞으로 무청시래기는 더 늘어날 것이다.
땅속에 월동무 50개 저장하기 물빠짐이 좋은 곳을 골라 땅을 깊게 판다. 볏짚을 밑바닥에 깐다. 무청을 잘라낸 통무를 꽁무니가 위로 경사지게 배열하고, 볏짚을 덮는다. 2단째 다시 무를 배열하고, 볏짚을 다시 덮는다. 도톰하게 봉우리를 만들며 파낸 흙을 덮고, 발로 쾅쾅 눌러준다.
무시래기 추녀 아래 빨랫줄 걸대에 무청 시래기가 매달리기 시작했다. 밭에서 두어 개씩 대왕무를 뽑아올 때마다 통무를 잘라낸 시래기가 차츰 늘어난다. 날씨가 영하로 더 떨어지기 전에 무를 뽑아다 통무는 저장하고 무청은 말려야 한다. 이웃 친구이던 호박고지가 올핸 없어 무청 시래기가 외롭다. 곧 풍성해 질 것이다.
홍합이 식탁에 오르면... 희미한 카바이트 불빛 아래... 오가던 소줏잔.... 서린동 골목 입구, 홍합 국물 인심 후하던 포장마차 그 아지매 생각이 난다. 초겨울이다.
'화초감나무', 처음 본다 별의별 감나무도 다 있다. 화초감나무... 처음 보는 감나무다. 우리 마을 이장님 댁에 갔다가 마당에서 눈에 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