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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리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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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함박눈... 사진 찍어주기 간밤부터 내린 눈이 하루종일 내렸다. 2021년 새해 정월 초하루다. 새해 첫날 내리는 눈은 오랜만이다. 瑞雪이다. 눈사람이나 만들어볼까... 이젠 눈싸움을 할 나이도 아니고... 서로 마주 보고 사진찍어주기를 했다.
책력을 해마다 사는 이유? 농가에 책력 없다고 농사가 안되는 것도 아니다. 옛 어른들처럼 세시 풍속으로 책력 뒷 표지에 게재된 '작괘 조견표' 따라 태세 월건 일진을 따져가며 토정비결 운세를 볼 일도, 봐줄 일도 없다. 17년 전, 도내리 여기에 귀촌해 버갯속영감님을 만나고부터 새해 달력이 나돌 무렵이면 서울 동대문 보석상에서 나오는 일력을 친지들 인편에 수소문해서 구해다 버갯속영감님에게 드렸다. 버갯속영감님은 읍내 서점에서 책력을 두 개 사서 한 권을 나에게 답례 선물로 주셨다. 10년 전 타계하신 뒤론 내가 직접 구입한다. 3천 원 하던 책력이 지금은 5천 원이다. 송구영신... 세모 이맘 때, 책력을 살 때마다 버갯속영감님 생각이 난다.
안개냐, 미세먼지냐 이른 아침에 걷기운동을 한다. 6천 보쯤 걷는다. 아침 안개가 좋다. 자욱한 물안개가 얼굴을 스치는 느낌이 삽상하다. 요즘처럼 날이 풀어져 안개가 두터울수록 운치가 더 있다. 안개가 아니라 미세먼지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달라진다.
한파가 들이닥친다기에... 도내수로에 얼음 구멍치기 낚싯꾼이 나타날 정도로 며칠 전 추위는 충청도답지 않게 길고 매서웠다. 밭에 무는 얼지않았다. 크기가 크지않아 단단해서 여간해서 얼지않는다. 밭에다 그대로 두고서 수시로 빼다 먹는 용도인 월동무다. 다음 주에 한파가 다시 들이닥친단다. 혹시 또 몰라 거름부대에 두 자루를 주섬주섬 뽑아담아 현관 안에 가져다 두었다. 이미 땅 속에 묻어둔 무 50 개는 동밭에서 내년 봄을 기다리고 있다. 무를 많이 먹는 편이라 마음이 든든하다.
올해가 가기 전에... 감식초 만들기 대봉감 한 접, 단감 두 접... 갯수로 300개가 넘는다. 임시로 스틸로폼 상자에 보관해 두었던 걸 꺼내보니 당초 생각했던 것 보다 양이 많다. 그동안 반쯤 홍시가 되었다. 큰 통으로 세 통이다. 발효가 되면 거품이 올라오기 때문에 여유있게 넣어야 한다. 용기가 작으면 발효가 되어 넘치는 바람에 혼난 적이 있다. 감나무에서 감을 딸 때 감식초를 담궜으면 될 일을 날이 추운 이 때 새삼 하려니 뒷북을 치는 느낌이다. 해가 가기 전에 해야 할 일을 하고나니 후련하다. 몇단계 절차를 거친 다음 내년 년말에나 감식초 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시마 김밥 지난 주에 서울에 있는 병원에 올라가서 정기검사를 하고 내려와 오늘은 결과를 보는 날이다. 코로나 난리통에 둘이 올라갈 것 없이 집사람이 대신 갔다. 수면내시경에서 조직검사를 두 곳이나 했던 터라 한 주일 내내 기분도 어수선했을 뿐 아니라 식욕도 떨어졌다. 조직검사 결과는 이상이 없었고 역류성 위산 과다를 계속해서 조심하라는 당부와 함께 처방약을 가지고 내려왔다. 캄캄한 새벽 6시에 집을 출발해서, 10시 의사 면담 10분에, 집에 되돌아온 시간은 오후 3시. 아홉 시간의 여정에 내가 한 일은 간식용 '다시마말이 김밥' 도시락을 만들어 괴나리봇찜에 넣어준 것 뿐...
한양길 다녀오다 해거름 느지막한 시간이었다. 2박 3일 서울을 다녀와서 입은 옷에 맨 먼저 찾아간 곳은 앞산 솔밭, 도내리 오솔길.
대봉감 100개 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