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럼 새벽인데 벌써 바깥이 소란스럽다. 우리집 대문간 건너편이 안마을 박 회장댁 생강밭이다. 열 댓 사람들이 몰려와 해거름까지 하루종일 생강을 딴다.
동네 몇 사람 품앗이 일꾼을 빼곤 읍내 인력시장에서 동원된 사람들이다. 남자는 14만 원, 여자는 8만 원 일당. 봄에 생강을 심을 때도 많은 사람들이 왔었는데.
"올핸 생강금이 영 없씨유." 김장철이 코앞인데도 박 회장의 표정이 어둡다. 구렁이알같은 현찰은 인건비로 나가고 생강 농사가 시원찮단다. 긴 장마에 작황이 안좋은데도 시장에 생강 값이 없다는 건 경쟁적으로 다들 생강을 많이 심었다는 것이다.
아예 생강굴 보관 창고로 직행해 쟁여두고서 하세월에 생강값이 오르기를 기대하는 수 밖에 없는 답답한 농심... 사먹는 입장에서야 생강 값이 싸고 볼 일... 세상사는 이래서 희비쌍곡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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