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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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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봄...두서 없다 동쪽에 있다해서 편의상 부르기를 동밭. 어제 내린 비에 밭고랑에 물이 고였다. 고인 물은 아무데나 흐른다. 구배를 봐가며 물길을 만들어 주었다. 땅이 말랑말랑 할 때 제깍 해치워야지 황토흙이라 며칠 지나면 땅이 굳어져 이나마 힘을 쓸 수가 없다.
개방! 농부의 작업장 내가 가장 자주 찾는 곳. 많이 머무르는 곳. 온세상이 시끄러워도 여긴 조용하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종자 싹틔우기 작업이 시작된다. 준비 완료. 20 키로 한 상자 사둔 씨감자 자르는 일부터 내일 당장.
단감과 사탕감... 귀촌의 소소함에 대하여 매사에 시시콜콜 분석하고 따지는 성향이 아닌데다 세월이 갈수록 그게 싫다. 그렇커니 하고 지나가는 편이 편하다. 오늘 안마을 버갯속영감님댁에 갔더니 90세 '버갯속할머니'가 조금 전에 아들이 사다리에 올라가서 '사탕감'을 잔뜩 땄다며 비닐봉지에 가득 담아 주시더라. 여기 충청도 지방에선 단감 대신 사탕감이 대세다. 이웃 아주머니도 우리집 단감나무를 으레 사탕감나무로 알고 있다. 며칠 전에 내가 단감을 따고 있는데 "올해 사탕감 많이 열렸슈!..." '사탕감'에 힘주어 방점을 찍으며 한 말씀하고 지나갔다. 귀촌 17년이 되도록 사탕감을 맛 본 기억이 없는건 우리집에 단감이 있는데 굳이 사탕감에 관심을 둘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오늘 마침 잘 됐다. 단감과 사탕감이 어떻게 다를까? 모양과 크기, 맛은? 사탕..
야콘,캐는데 일주일 걸렸다(2)... 야콘뇌두 모든 농사가 그러하듯 야콘 농사의 마무리도 뇌두 관리다. 야콘대 뿌리 머리에 붙어있는 빨간 씨눈, 뇌두를 잘라두는 일. 내년 봄에 야콘 모종을 만들기 위해 겨울에 얼지않도록 간수해야 한다. 하룻밤 된서리에 자칫 고랑에 방치하면 새싹이 될 여린 뇌두는 언다. 튼실한 놈들만 골라 재빨리 수거했다. 내일 큰 비가 내린단다. 늦가을에 오는 비는 반드시 추위가 따라 온다. 한 달 전에 추수한 토란에서 씨토란이 비닐 하우스 안에서 기다리고 있다. 알토란을 가려낸 새끼 토란은 내년 봄엔 종자용 씨토란이 된다. 야콘 뇌두와 씨토란. '굶어죽어도 씨오쟁이는 베고 잔다'는 씨오쟁이 관리는 예나 지금이나 농부의 제일 덕목.
농부는 몇시에 출근하나? 농부의 일상이야 뻔하다. 푯대나는 일은 없어도 할 일은 많다. 발걸음 떼는 곳, 눈이 가는 곳은 모두 일이다. 일감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오늘 들깨 대를 하우스안에 풀어헤쳐 말렸다. 며칠 전에 다라이에다 베다놓구서 자리를 펴고 헤쳐놓질 못했다. 야콘을 캐다 옆 이랑에 자란 들깨가 보이기에 서둘러 베어놓았던 것. 그냥 내 몰라라 버리면 그만, 그러나 어느 봄날 애써 심어 한동안 들깻잎을 열심히 따먹기도 했었던 들깨가 이젠 익어 들깨 알이 우두둑 떨어진다. 고소한 들깨 향이 코끝에 스친다.
자조,자립,협동...내 일은 내가 한다 이른 아침 여섯시 반쯤 걸려온 전화는 이웃 박 회장이었다. 지금 밭갈러 갈테니 곧장 밭으로 내려오라는 내용이었다. 그저께 애벌 갈기 로타리를 쳤고 오늘 두벌 갈기다. 이랑을 만드는 작업이다. 본래 농사가 큰 데다 닥친 농번기에 눈코 못뜨는 박 회장으로선 그나마 짬을 내서 나를 도..
농부의 하루, 보람에 산다 '보람에 산다'는 글귀를 쓰고나니 우렁차게 불렀던 향토예비군가가 생각난다.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 직장마다 피가 끓어 드높은 사기 총을 들고 건설하며 보람에 산다 우리는 대한의 향토예비군 나오라 붉은 무리 침략자들아 예비군 가는길에 승리뿐이다... 향토예비군이 언제 창..
씨오쟁이가 없으면 내일이 없다 나이 든 분들은 일흔이 넘은 안마을 박 회장을 아직도 '오쟁이'라 부른다. 자손이 귀하다는 뜻으로 선대 어른들이 붙여준 별호, 兒名일 것이다. '농부는 굶어죽어도 씨오쟁이는 베고 잔다'는 속담이 있다. 종자를 받아 보관하는 망태기를 씨오쟁이라 했다. 우리집 씨오쟁이는 내 머리맡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