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여섯시 반쯤 걸려온 전화는 이웃 박 회장이었다. 지금 밭갈러 갈테니 곧장 밭으로 내려오라는 내용이었다. 그저께 애벌 갈기 로타리를 쳤고 오늘 두벌 갈기다. 이랑을 만드는 작업이다. 본래 농사가 큰 데다 닥친 농번기에 눈코 못뜨는 박 회장으로선 그나마 짬을 내서 나를 도와주는 것이다.
한 시간 쯤 후딱 밭갈이를 하고선 박 회장이야 뒤도 안보고 돌아갔지만 뒷일은 내가 감당해야하는 내 일이다. 곧장 비닐 멀칭을 해야 한다. 흙이 폭신폭신 할 때 멀칭 작업을 해야 그나마 일이 편하다. 미루다 자칫 비라도 오는 날이면 땅이 굳어져 애를 먹은 경험이 여러 번 있다.
동네사람들은 다들 바빠서 일당을 준대도 도와줄 사람이 없다. 오롯히 내몫이다. 멀칭 작업은 3년 만이다. 과연 내가 해 낼 수 있을까 사뭇 걱정도 된다. 도리없는 일. 일 주일 정도 예정을 잡고 시작했다. 쉬엄쉬엄 놀며 쉬며 생각나면 하는 게다. 첫 날이라 두어 줄 예정했는데 하다보니 넉 줄이다. 시작이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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