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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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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일기- 고사리 캐는 재미, 혹시 아시남? 요즈음 같이 아직 귓볼에 찬바람이 쏴한 이른 새벽에 고사리밭에 가면 잔뜩 이슬이 맺힌 고사리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고사리밭이라 해서 고사리만 있는 게 아니다. 야생화도 있다. 우리밭 바로 건너편으로 야트막한 언덕배기가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드는 고사리 밭이다. 우리집이 제..
귀촌일기- 설거지학 개론 제1장 제1절 그다지 즐겁지 않으나 싫지는 않다. 부엌 설거지 하는 남자. 요새 세상에 그렇다고 뭐 내가 중뿔나게 페미니스트라고 자처하지 않는다. 다만, 뭇남정네들이 워낙 젖어온 마초의 원형질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탓에 사뭇 그런 쪽으로 기울어 보일 뿐이다. 나도 옛날에는 남못지 않게 그랬다...
귀촌일기- 요가 교실의 청일점 이른 새벽 지금 이시간,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아 마당에 눈이 얼마나 내렸는지 알 수 없다. 어제 저녁, 강당에 들어갈 땐 아무렇지도 않던 날씨가 운동을 마치고 나오니 눈발이 크게 날렸다. 매주 월,목요일 밤에 팔봉면 면사무소에 간다. 요가 교실. 밤 7시부터 1시간. 요가 교실에서 나는..
귀촌일기- 부녀회 관광, 어디로 갔나? 오늘은 부녀회 관광 떠나는 날. 부녀회 총무인 은경이네집을 몇차례 오가더니 날짜가 결정되고 서울로 확정되었다. 어지간히 알려진 곳이라면 어느 지방 구석구석 안가본 곳이 없는 부녀회 봄나들이가 서울이 된 건 의외였다. 버스 한 차에 딱 좋다며 38명의 부녀들은 새벽밥 서두르며 희..
귀촌일기- 어촌계 패션, 바지락 종패 작업하는 날 바지락 종패 작업을 한다는 어촌계 방송이 어제 있었다. 올해는 마지막 종패작업이란다. 해무가 깔린 이곳을 돌아서 내려가면 도내나루다. 개펄이다. 어구를 갖추고서 종종걸음으로 어촌계원들이 모여든다. 아침 7시. 압도적 다수에 완전무장한 아낙네들. 그리고 화려한 패션. 어쩐지 남..
귀촌일기- 동네표 '마실 김치'가 맛있는 이유? 이른 아침부터 전화통에 불이 나더니 드디어 의기투합 결론이 난 모양이다. 낌새로 보아 무슨 일인지 대충 알만 하다. '원재료 상호 공출 기술합작 공동 김치 담그기 구두 조인식'은 가끔 그렇게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나는 곧장 배추밭으로 달려가서 배추를 뽑는다. 추석머리 앞두고 이..
귀촌일기- 귀촌 주부의 하루를 엿보다 남정네만 땀 흘리는 게 아니다. 귀촌 주부도 만만치않다는 걸 오늘 새삼 알았다. 오늘은 할매급 할매들 콩국수 대접하는 날. 우리집 안에서만 통용하는 용어이지만, '아주머니급 할매'보다 '할매급 할매'는 원로급 할매를 말한다. 가끔 한창 더울 때 이맘 때 쯤이면 콩국수 날을 잡는다. 고..
귀촌일기- 내가 일기를 쓰는 이유가 뭘가? '생강밭에 가는 길이유.' '여기 타이소.' '이구, 고마배라...' '이 잡초를 다 맨다구요?' '찬찬히 매먼 될끼유.' '예?.....' '마침 잘 왔슈. 옥수수 찐 게 있응게 한번 잡숴보슈.' 가뭄에 콩 나듯이...라는 말이 있지만 콩 밭을 매는 옆집 아주머니. 그러나저러나 남정네들은 다 어디로 갔나.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