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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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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일기- 남정네들은 다 뭣 하노? 슬금슬금 빗방울은 떨어지고, 맘이 바쁘다. 새벽 여섯시. 집 뒤 버갯속영감님 댁에선 고구마순을 놓는다. 어제 늦게까지 못다심은 일이다. 옆집 아주머니는 고추 곁가지 곁순을 딴다. 마늘 캐느라 그동안 너무 웃자라버렸다. "갖다 잡숴!" 그바람에 갑자기 고춧잎 풍년이다. 나는 오이밭이..
귀촌일기- 굴뻑 굴 집 뒤로 보이는 구도항의 불빛이 아른아른하다. 하늘에는 별도 총총하다. 근래에 보기 드문 날이다. 밤새 진도에서는 좋은 소식이 있으려나. 마실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다. 오른손에 무겁게 든 건 굴뻑이다. 저녁밥상의 변화는 마실에 기인한다는 걸 안다. 하나하나 어렵게어렵게 까서 먹..
귀촌일기- 장 가르는 날의 묵은지 김치굴전 옆집 박 회장네 장 가르는 날이다. '을매기 허구가슈!' 듣던 중에 반가운 소리다. '을매기'는 벌여논 논두렁밭두렁 음식판에 잠시 끼어 드는 걸 말한다. 오는 사람 막지않고, 지나가는 사람 맨입으로 보내지않는... 순후한 충청도 인심을 대변하는 말이다. 숭숭 썬 묵은지에 토실토실한 굴..
귀촌일기- 마누라의 우리집표 감태 만들기 감태 한 장도 못건진 지지난해와 같은 해도 있는가 하면 이번 겨울은 감태 풍년이었다. 감태로 집집이 2천만원을 했니 3천만원을 했니 하는 말들이 돈 지 오래다. 늘상 음력 설이 지나면 감태 농사는 한풀 꺾였으나 올해는 다르다. 개펄에 아직도 새파랗게 자라는 감태를 두고 볼 수 없는..
귀촌일기- 감태의 계절,어촌이냐 농촌이냐? 바다도 밭이다 이제부터 감태철이다. 올핸 풍년이라고 벌써 예감했다. 개펄에 새파랗게 자라는 감태를 보고 여름부터 기대에 부풀었다. 예상이 적중했다. 작년은 지독한 흉년이었다. 시도없이 내린 비로 바닷물이 싱거워진 탓이었다. 쏠쏠했던 주머니 사정의 아쉬움보다 겨우내 일거리를 앗아가버린 ..
고부갈등은 없다,밭 갈고 김 매는 봄날의 서정 남정네는 밭 갈고 아낙은 김맨다. 우리 마을 봄날의 서정이다. 솔밭 건너 윤태네 마늘 밭이다. 도란도란. 무슨 이야기가 저리 많을가. 간사지 남쪽 밭이 끝나니 바닷가 뒷밭이 기다리고있다. 하루해가 길고도 짧다. 소근소근. 도란도란. 드디어 이마를 맞댄다. - - - '우리집 사전에 고부갈..
귀촌일기- 여기는 가로림만, 개펄에서 봄을 찾다 소롯길을 돌아내려가노라면 도내나루다. 연무인지 해무인지. 날씨가 한꺼번에 풀린 탓인가. 삭풍한설에 바다인들 얼지않으랴. 그럼 그렇지. 갯골을 따라 졸졸 소리내며 흐른다. 망둥어,황발이,박하지,능젱이,달랑게,낙지... 드넓은 개펄 어디에선가 빼꼼이 눈만 내고 있을게다. 멀리 팔봉..
내마음의 정중동 읍내서 만날 사람 만나고 집에 올 사람 왔다 가고 주말이 휙 지나갔다. 나의 일상에 말뚝처럼 푯대나게 주말이 자리잡고 있는 건 아니다. 만나고 오가는 상대방으로부터 날자와 요일이 있다는 걸 가끔 안다. 며칠 빼먹은 도내리 오솔길을 간다. 오늘은 날씨가 풀렸다고 하나 바람..